국민 5명 중 4명 이상은 진보와 보수 간 갈등, 경제적 계층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인식은 2016, 2017년 이후 매년 줄어왔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국민 5명 가운데 1명 이상은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다는 결과도 나왔다.
25일 통계청의 '2020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진보와 보수 간 사회 갈등 정도가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비중은 2019년 대비 0.3%포인트 오른 85.4%로 집계됐다. 이 같은 응답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88.0%를 기록한 뒤 매년 하락해왔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상승했다.
경제적 계층 간 갈등에 대한 인식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빈곤층과 중·상층 간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지난해 82.7%로 1년 사이 2.6%포인트 올랐다. 이 역시 2016년 85.8%에서 2019년 80.1%로 매년 내림세를 보였지만, 지난해만큼은 예외였다. 코로나19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힌 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자산 격차가 급격히 커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경제가 아닌 분야에선 사회 갈등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근로자와 고용자 간 사회 갈등이 심하다는 응답은 74.2%로 정치·경제 분야 갈등 인식 수준인 80% 선에 닿지 못했다. 이 밖에 △개발과 환경(68.5%) △수도권과 지방(62.7%) △노인층과 젊은 층(60.9%) 간의 갈등에 대한 인식은 70%를 밑돌았다. 종교 갈등, 남녀 갈등이 심각하단 인식은 각각 55.4%, 48.8%로 집계됐다.
사회적 고립감 관련 질문에선 코로나19 영향이 일부 감지됐다. 지난해 국민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중은 22.3%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에선 54.6%가, 600만 원 이상에선 18.8%가 이같이 답해 사회적 고립감은 소득 수준의 영향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감은 높아졌지만, 포용성은 정체 상태다. 지난해 동성애자를 자신의 배우자, 친구, 직장 동료, 이웃 중 어떤 관계로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비중은 57.0%였다. 1년 사이 0.1%포인트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이 성소수자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전과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은 69.4%로 1.4%포인트 상승했다.
한편 지난해 13세 이상 국민 가운데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32.0%로 2년 전보다 1.6%포인트 올랐다. 이 같은 응답 비중은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했는데, 특히 10대(60.6%), 20대(52.5%)에서는 과반을 차지했다. 다만 13세 이상 인구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51.2%로 2년 전보다 3.1%포인트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