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가 노인? 달라진 '요즘 어른' 알아야 시니어마켓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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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7 04:30
11면

편집자주

※우리 사회의 출생아 수 감소와 고령자 수 증가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빠릅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인구쇼크’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미래가 예상되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경제학자이자 인구 전문가의 눈으로 살펴보려 합니다.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한국일보>에 3주 단위로 토요일 연재합니다.

<17>시니어시장의 재구성, 달라진 노년의 새로운 성공조건

변화는 두 얼굴로 다가온다. 동전의 양면처럼 위기와 기회를 함께 갖는다. 급격해진 인구 변화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위험경고가 압도적이나, 상황을 뒤집을 생존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사전 준비와 혁신 시도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킨 사례는 적잖다. 저출산·고령화가 트렌드를 넘어 패러다임이 되면서 ‘위기→기회’로의 도약은 절체절명의 과제로 보인다.

다만 모두가 인구 변화의 허들을 뛰어넘기란 어렵다. 새로운 판이 깔렸지만, 생사는 엇갈린다. 관건은 정확한 이해와 새로운 전략에 달렸다.

인구가 갖는 무겁고 넓은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인구는 달라진 시대에 걸맞게 대안정책·사업모델·생활기준의 변화가 필요할 때 모태·상수(常數)에 가깝다. 위기를 기회로 뒤바꿀 강력한 기초통계다. 그 변화 내용에 미래 힌트가 있다.

고령사회 우선 관심 ‘시니어마켓 갑론을박’

인구 변화가 기회라면 우선적인 관심 영역은 시니어마켓이다.

고령사회답게 해당 인구의 숫자·비중이 꽤 커졌다. 고객이 많으면 시장 조성은 자연스럽다.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814만 명대다. 고령화비율은 15.7%(2020년)로 고령사회로 이미 접어들었다. 추계기관마다 다르나, 얼추 2025년이면 20%(초고령사회)를 넘길 전망이다.

한국보다 더 늙은 일본·이탈리아·스페인도 한 세대(30년) 후 정도면 한국에 밀린다. 지자체별로 벌써 초고령사회인 곳도 생겨난다. 강원·전북·전남·경북은 10명 중 2명이 고령인구다. 충격적인 저출산을 보건대 노년 비중은 급격한 우상향일 확률이 높다. 여기에 연간 70~80만 명의 베이비부머(1955~63년생)가 올해부터 고령인구가 된다.

인구 수가 곧 시장을 뜻한다면 시니어마켓의 잠재 파워는 상당하다.

고령시장은 40%대 중반의 상대빈곤율 탓에 빈곤고객이란 평가가 많다. 가난한 사람이 많다면 시장 형성은 힘들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고도성장과 함께 일해온 ‘요즘어른’은 경제력이 탄탄하고 고학력에 가치관도 다양하다. 산업화·민주화 덕에 부모보다 부유해진 마지막 세대란 점에서 달라진 소비스타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례를 보자. 천정부지의 강남 집값만 봐도 고령인구의 파워는 엿보인다.. 2019~2020년 강남3구의 고령인구는 1년 새 1만3,000여 명이 늘어 22만8,000여 명을 기록했다. 2010년(13만4,000명)보다 70% 늘었다. 자산·소득의 높은 구매력이 강남 집값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고령인구와 주택가격은 정(正)관계를 갖는다. 인구통계학적 변화 양상이 새로운 욕구 발현·가격 결정에 영향을 끼쳐서다. ‘고령인구=안전자산’의 생애주기론의 파기는 60대의 늙음은 늙음이 아니라는 반론과 닿는다. ‘젊은 늙음’의 탄생이다.

그렇다면 연령 기준은 재설정이 맞다. 유엔처럼 75세는 돼야 고령인구로 보자는 취지다. 평균수명을 봐도 늙음연장은 설득적이다. 주요 선진국의 공적연금 수급연령은 70세를 향한 지 오래다.

무르익은 신시장 기대 ‘갈림길의 기업대응’

생존·성장이 미션일 수밖에 없는 기업이 시니어마켓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인구 변화와 사업 지점의 우선적인 실현 기회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낯설고 어렵다. 확인했다고 곧 도전하기엔 고려 변수가 많다. 신시장이란 점에서 전략 수립도 쉽잖다. 이때는 선행사례가 힌트를 준다. 고령화비율 28%를 넘긴 일본 사례가 좋다.

일본은 20년 전부터 시장성을 봤으나 생각보다 고전했다. 많은 상장기업이 TF팀을 만들고 신제품을 내놨지만, 고객 반응은 별로였다. 달라진 고객 분석·욕구 파악보다 익숙한 고정관념·과거 경험이 지배한 결과다.

이제야 조금씩 시니어마켓이 형성될 정도다. 현실과 기대의 미스매칭과 자세 전환은 지난 20년의 교훈이다. 시행착오는 도움이 됐다. 지금은 일본이 고령욕구의 테스트베드로 떴다.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분석·투자한 덕이다. 원하는 걸 주니 지갑은 열린다. 그럼에도 한일은 다르다. 이 때문에 무조건적인 벤치마킹은 곤란하다. 어쩌면 결과보다 과정을 챙기는 반면교사가 좋다.

닮은 것만큼 다른 것도 많다. 1,900조 엔의 가계금융자산 중 60%를 보유한 부자노인 상황에서 시니어마켓이 고전한 건 의미심장하다. 게다가 양국의 소비문화 차이도 크다. 즉 한국에 적합한 맞춤식 시니어마켓만이 승부수다. 기업은 갈림길에 섰다. ‘미래 소비=고령인구’라면 기회를 향한 대응 마련이 필수다. 너무 늦은 추격이면 선발자의 이익을 나누기 힘들다.

아직도 긴가민가 싶다면 거리·간판 풍경의 변화가 힌트다. 고령지갑은 대중교통부터 소매 유통·온라인무대까지 장악했다. 학원광고는 묘지 선전으로, 산부인과는 정형외과로, 독서실은 요양시설로, 인스턴트는 건강식으로 무게 중심을 갈아탔다. 일본은 이 변화를 ‘새로운 어른(新しい大人)시장’으로 본다.

인구 혁신발 시니어마켓의 성공 조건

시니어마켓은 빨라도 늦어도 안 된다. 적절한 타이밍에서 기회지점은 오픈된다. 이런 점에서 2021년은 도약 원년에 가깝다.

늙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9대 고령친화산업의 경직된 지원 한계를 딛고 민간의 영역파괴적인 다양한 혁신실험을 지지하는 게 좋다.

서비스위주의 시니어마켓이 갖는 특성을 볼 때 고용 없는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점도 우호적이다. 어쩌면 사상 초유의 한국적 저출산과 사회적 피폐감을 풀어줄 꽤 괜찮은 대안카드다.

무엇보다 소비당사자인 고령인구의 행복품질을 높인다. 복지영역까지 시장화가 안 된다는 전제하에 그들의 생활욕구를 완전경쟁·균형가격으로 풀면 미스매칭은 적이나 풀린다. ‘고객 증가+욕구 실현=시니어마켓’의 등식 성립이다.

시니어마켓의 운명은 결국 기업에 달렸다. 일본 사례를 보면 동일조건에서도 성공·실패는 엇갈린다. 한국도 비슷하다. 발 빠른 몇몇 기업은 달라진 요즘어른과의 접촉을 늘리며 실험사업에 나섰다. 백화점 등 유통업이 선구적이다. 단 일반적이지 않다. 대부분은 더 지켜보자는 투다. 기다리든 도전하든 중요한 건 정확한 욕구 분석이다. 리빙랩처럼 기업·고객이 일상에서 뒤섞여 이면을 읽어내는 접근법이 권유된다.

요즘어른은 확실히 다르다. 예전어른과는 뼛속까지 다름을 표방한다. 어제와 결이 다른 중년이 늙어가며 노년으로 불릴 뿐이다. 제도로는 늙었어도 현실에선 젊다. 즉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개방적이다. 변화에 익숙할 뿐더러 예전 패턴은 철저히 거부하는 상식 파괴의 소비 주역이다.

4070대를 중년으로 본다면 사실상 현역 소비의 연장과 비슷하다. 상대적으로 늙지도, 아프지도, 외롭지도 않은 신인류란 얘기다. 단순한 고령·노년·은퇴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함몰될 연유는 없다. 늙어가는 유형·욕구·지향은 제각각이다. 정밀한 욕구 분석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해법은 늙음 분해다. 일본은 고령연령을 더 나눠 프리미엄(65-74세), 미드시니어(75-84세), 업시니어(85세↑)로 구분한다(정책금융공고). 단순한 매스고객 대신 차별 수요를 찾기 위함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