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도발, 대화 기회 걷어찰 셈인가

입력
2021.03.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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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1일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군 당국이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4월 강원도 문천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을 쏜 뒤 거의 1년 만이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에 비해 대체로 사거리가 짧고 파괴력도 떨어져 유엔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바이든 미국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무력시위라는 점에서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신형 미사일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 초 당대회에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군사력 강화에 역점을 뒀다. 외교적으로도 미국의 대화 요구는 거절하면서 중국과 협력을 다지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미사일 발사나 최근 서해 방사포 설치 정황 등은 북미·남북 대화 단절 상태에서 다시 무력 도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하다.

다만 작정한 무력 도발이라기보다 저강도 위력 과시로 볼 여지가 적지 않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여전히 중지한 상태에서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닌 미사일을 골라 그것도 서해로 발사했고 이를 선전하지도 않았다.

대응이 조심스럽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 당국자는 통상적인 무기 시험이며 유엔 결의 위반이 아니라고 평가했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트럼프 정권과 달리 인권 문제를 강조하며 새롭게 북한을 압박하면서도 북한의 무력시위에 과민 반응해 대화의 가능성을 닫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바이든 정부가 예상보다 빨리 대북 정책을 완료해 다음 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적대정책 철회 없이 대화 없다"는 조건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북미 대화 재개가 조기에 가능할지, 가능하다면 어떤 형태가 될지를 기다리는 건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사이 무력시위를 반복하거나 수위를 높여 제대로 북미 협상을 해보기도 전에 대화의 기회를 훼손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