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일본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소송 당시 ‘주권면제’(주권국가는 다른 나라 법정에 서지 않는다)를 주장하기보다 법정에서 다퉜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여러 차례 사죄를 했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를 모르는 한국인이 많으니 한국 법정에서 이런 내용을 주장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22일 마이니치신문 온라인판에 “위안부 문제 재판 자체를 무효로 한 일본 정부의 대응, 최선이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월 8일 '일본 국가가 원고 1인당 1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한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일본 정부가 재판 자체를 거부한 것은 주권면제 원칙 외에도 1965년 한일협정으로 한일 간 재산권 문제는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 때문”이라며 “이는 원칙적으로는 옳다고 할 수 있지만, (인권 측면에서) 주권면제에 대해 예외가 있을 수 있다는 견해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해온 것은 알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그런 생각을 포함한 자신들의 주장을 법원에서 펴지 않은 것이 최선의 대응이었나”라고 의문을 표시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사법부의 움직임에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한국 측에 대한 항의 의사는 전해졌겠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한국을 무시한 오만한 행위’로 비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일본이 사죄를 해왔다는 것을 모르고, 일본은 한 번도 사죄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아직도 많다”고 전제하고, “오히려 재판에서 일본이 직접 주장을 하고 한국 언론이 그것을 제대로 보도했다면 최소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주장을 한국 사람들이 널리 알게 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이번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선 “2000년 도쿄에서 열린 ‘여성국제전범법정’을 이어받아 완수했다고 할 수 있는 재판”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 각국의 비정부기구(NGO)가 2000년 도쿄에서 개최한 여성국제전범법정은 일제의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을 위반한 범죄라고 규정한 바 있다. 당시 히로히토 일왕을 ‘전범’으로 규정하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민간 법정이어서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박 교수는 “올해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이런 운동이 30년 동안 요구해 얻어낸 최초의 성과라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