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증언 거짓인지 증명 안돼… 압도적 '불기소' 결론

입력
2021.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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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부장·고검장들 '모해위증 무혐의' 재차 확인
"재소자가 위증으로 피해 입힐 의도 발견 안돼"
재소자 기소 안 되면서 수사팀 검사도 혐의 벗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재심의를 위해 19일 열린 대검찰청 부장ㆍ전국 고검장 회의에서도 종전과 같은 ‘무혐의 종결’ 의견이 압도적이었던 건, 무엇보다 의혹의 시작점인 ‘위증’ 혐의를 입증할 만큼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탓이 크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집중 검토를 해 달라”고 지시했던 ‘재소자 김모씨 증언’의 허위 여부와 관련, 다른 재소자의 폭로 외엔 이를 입증할 추가 증거가 거의 없었던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14명의 참석자들 중 ‘불기소’ 의견은 무려 10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13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마라톤 회의’에서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대검 부장 7명, 전국 고검장 6명은 “재소자 김씨의 ‘모해위증’ 혐의가 인정되며, 그를 기소해야 한다”는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 의견 타당성을 따져보는 데 주력했다. 앞서 박 장관이 지난 17일 △재소자 김씨 증언 내용의 허위성 여부 △위증 혐의 유무 △모해 목적 인정 여부 등을 살펴보라며 지휘권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2010~2011년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9억원 수수’ 사건 재판에서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진술을 번복하자, 검찰 수사팀이 김씨 등 재소자 동료들에게 “한 전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도록 사주했다는 게 이번 의혹의 골자다.

이날 오전 시간은 대부분 참석자들이 관련 기록 검토를 통해 사건의 전체적 내용을 숙지하는 데 대부분 할애됐다. 본격적인 회의는 오후에 시작됐는데, 우선 지난해 9월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 보임된 임은정 검사가 회의에 참석해 “정식 수사를 거쳐 모해위증 행위자인 재소자 김씨를 기소해야 한다”면서 의견을 개진했다. 임 검사는 김씨가 2011년 2월 21일과 3월 23일 법정 증인으로 출석해 “평소 한만호 전 대표가 했던 말을 볼 때 (진술 번복은) 위증”이라고 했던 증언을 ‘위증’이라고 봤다.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던 재소자 동료 한모씨와 최모씨가 “김씨 증언은 검찰이 시켜서 지어낸 것”이라고 폭로한 사실을 근거로 내세웠다.

임 검사는 특히 자신이 작성한 공소장 초안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기소 의견), 조 총장대행이 주임검사로 지정한 허정수 대검 감찰3과장(무혐의 종결 의견)도 참석해 부연 설명을 하기도 했다.

고검장과 대검 부장들은 이후 본격 심의를 시작했다. 먼저 법리 검토를 통해 김씨에게 ‘모해위증’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뜯어봤다. 위증죄의 전제 조건인 ‘기억에 반한 진술’이라는 점의 입증 가능성을 따져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참석자들은 오히려 ‘김씨가 기억과 비슷한 증언을 했다는 정황만 존재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검찰에서 위증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는 다른 감방 동기들과 다르게, 김씨는 처음부터 “위증 교사는 없었다”며 일관된 주장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김씨를 모해위증죄로 기소하려면, “검찰의 위증 교사는 없었다”는 주장을 뒤엎을 ‘반대 증거’가 있어야 했는데 임 검사 등은 이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명의 참석자가 “위증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결정적 이유다.

때문에 다수결 투표를 통한 이날 회의 결과는 “모해위증 혐의 입증은 더더욱 쉽지 않다”는 쪽으로 도출될 수밖에 없었다. 모해위증은 ‘남에게 피해를 입히기 위한 거짓 증언’인데, 모해의 수단인 위증조차 증명되지 않으므로 김씨에 대한 기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애초 재소자들의 ‘주장’만 있는 상황에서 범죄로 의율하려면 모해위증 및 위증교사 의혹을 입증하려면 추가 물증을 포착해야 했는데, 임 검사는 아무 것도 잡아내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법리도 까다로운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 각종 정황만으로 기소가 가능한 것처럼 부풀렸던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