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내심 3자 구도를 기대했던 더불어민주당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가뜩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 땅 투기 사태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 후폭풍에 허덕이는 민주당은 야권 단일화의 ‘극적 성사 효과’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19일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 방식을 두고 공방을 이어가자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고 맹폭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사실상 아름다운 경선은 끝난 게 아닌가”라며 “오직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에만 골몰하는 것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칠까”라고 꼬집었다. 야권 스스로 시너지 효과를 깎아먹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전날 KBS 라디오에서 “유권자 단일화가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가 나오는데, 서로 비난하는 정도의 단일화를 한다면 유권자 단일화는 물 건너간 것이라 의미는 없다”고 했다.
‘후보 때리기’ 강도 역시 더 세졌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 후보를 겨냥해 “내곡동 땅으로 36억5,000만 원을 보상받아놓고 ‘처가 땅에서 이익을 봤다면 사퇴하겠다’고 적반하장식 엄포를 놓고 있다”며 “보상이 이익이 아니라 손해라 우기는 오 후보의 별나라 사고를 우리 서민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안 후보를 향해 “이번에 (국민의힘과) 합당하면 8번째 창당, 탈당, 통합 반복인데, 정당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구태정치를 또다시 재연하려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 캠프 측은 특히 오 후보 공세에 힘을 쏟고 있다. 박 후보 캠프가 15일부터 이날까지 쏟아낸 오 후보 비판 논평은 13건이지만, 안 후보 관련 논평은 2건뿐이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캠프 측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셀프 보상’ 의혹 관련 거짓말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오 후보가 더 부담스러운 상대라서가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평일에 치러지는 보선 특성상 어느 쪽이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더 불러 모을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안 후보보다는 국민의힘 소속인 오 후보가 보수층을 결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이 말폭탄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는 어차피 될 것”이라며 “룰을 싸고 치고받는 것은 단일화를 극적으로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재·보선 투표 동향을 조사한 결과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50%,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36%였다.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이 단일화 컨벤션 효과까지 누린다면 더 힘든 승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민주당의 우려다.
※자세한 내용은 전국지표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