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통한 세상. 요즘만큼 말러 교향곡 6번이 생각나는 시대가 또 있을까. 1904년에 쓰인 말러의 여섯번째 교향곡은 지극히 비극적이고 염세적이다. 교향곡의 부제는 그래서 '비극적(Tragic)'이다. 작곡가가 직접 붙인 제목은 아니지만, A 단조로 쓰인 이 곡은 제목에 충실하듯 어둡디 어둡다.
역설적으로 말러는 교향곡 6번을 작곡했을 당시에 불행하지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 궁정오페라극장의 지휘자로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곁에는 사랑하는 부인도 있었다. 남부러울 것 없었지만 불과 3년 뒤 비극이 연달아 말러를 덮쳤다. 딸이 죽었고, 자신도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혔던 말러는 빈 오페라극장에서도 떠나야 했다. 결과적으로 교향곡 6번은 자신의 삶을 예견한 셈이 됐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다음달 13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다. 특히 이 곡은 제임스 저드 대전시향 지휘자가 평생에 걸쳐 연구한 작품이다. 저드 지휘자는 "관객들과 이 비범하고 강력한 감정의 여행을 함께하고 싶다"며 선곡 배경을 밝혔다.
저드 지휘자는 '비극적'을 두고 "말러 개인의 비극과 작품의 연관성이 충분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순수한 빛과 평온함이 극치를 이루는 순간도 있다"며 "작곡가가 느꼈던 모순된 감정을 통해 우리의 삶과 연결지어 감정을 공감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향곡 6번은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 "가장 전통적으로 순수한 구조 및 결합"을 취하고 있다. 고전적인 4악장 형태다. 5관 편성에 달하는 대편성 곡이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관객의 귀를 사로잡을 만한 악기도 있다. 바로 카우벨(워낭)과 나무 해머(망치)다. 카우벨은 말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했다. 이 카우벨은 작곡가의 표현대로라면 "가축들이 들에서 풀을 뜯는 것처럼" 연주된다. 해머의 경우 마지막 악장 끝부분에 "쾅"하고 등장한다. 작곡가의 어떤 감정적 결론으로 상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