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실제 접종 이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감염병과 백신 원리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그들에게 물었더니 "생각 이상으로 이상증상이 강렬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방역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의료 인력에 대한 백신 접종은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 27만여 명(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환자치료병원 2만7,000여 명(화이자)이 백신 접종을 마쳤다.
백신을 먼저 맞은 의료진들은 대부분 "예상보다 후유증이 심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수원의 요양병원에 일하는 40대 간호사 이모씨는 "지난달 2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뒤 12시간 정도 지나자 으슬으슬 온몸이 떨리면서 체온이 38도를 넘겼다"며 "해열제(타이레놀)를 먹고 열은 좀 가라앉았는데 다음 날엔 근육통이 오고 무릎이나 팔꿈치 같은 관절이 아팠다"고 말했다. 두통까지 포함하면 이상 증상은 닷새 정도 지속됐다.
서울 중랑구의 한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정모씨도 "병원 내 의료진 150명 모두 접종했는데, 대체로 20대 중반에서 40대까지가 증상이 심하다고 호소했다"며 "독감 백신보다 이상 증상이 훨씬 강하다던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전했다.
1차접종이라 그런지 화이자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이상 증상이 더 많다는 평가도 나왔다. 생활치료센터 파견 근무 중에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의사 한모씨는 "접종 뒤 6시간 정도 지나니까 맞은 부위 20㎝ 범위에서 통증이 생기고 미열이 났다"며 "이틀 정도 지나니 나아졌다"고 전했다. 한씨는 "30일 2차 접종 예정인데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 후 이상 증상이 심하다 해서 걱정"이라 말했다.
이 때문인지 한 병원 내 의료진에 대한 접종은 분산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김모씨는 이달 중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고 하루 정도 고열과 전신 근육통 같은 부작용을 경험했다. 문제는 병원 의료진 절반 정도가 한꺼번에 부작용을 겪었다는 점이었다.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 1,000여 명이 이틀에 나눠 한 번에 백신을 다 맞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체 인력이 없다 보니 열이 펄펄 나거나 이런저런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의사 간호사들에게 휴가를 주기는커녕, 예정된 수술까지 다 소화해내려다 보니 사나흘 정도 혼란이 이어졌다"며 "의료기관처럼 인력 공백이 생기면 안 되는 곳은 반드시 '분산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6월부터는 동네병원들도 자체 접종을 시작한다. 규모가 작은 병원의 경우 의사 간호사들이 한꺼번에 접종하면, 한동안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나온다.
이 때문인지 백신휴가제 도입에 의사 간호사들도 적극 찬성했다. 간호사 이씨는 "방역당국에 신고된 건수보다 이상 증상이 실제론 더 많을 것"이라며 "접종 일정을 잡을 때 적어도 접종 뒤 다음 날 하루 정도는 무조건 쉴 수 있도록 계획을 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