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총장 사퇴의사 밝혔는데도 왜 직위해제?

입력
2021.03.17 18:50
영광학원 "사퇴의사... 법인에 알리지 않고, 확인 요구에도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해제 후 중징계 요구
총장 지난달 28일 사퇴의사 표명, 이달 4일 추가 확인
총장과 이사회 해묵은 갈등의 결과

올해 신입생 모집 부진을 책임지고 사퇴 의사를 밝힌 김상호 대구대 총장이 직위해제됐다. 총장과 이사회의 해묵은 갈등이 신입생 모집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로 터졌다는 지적이다.

17일 대구대 학교법인 영광학원에 따르면 이사회는 16일 열린 긴급이사회에서 김 총장을 직위해제하고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해임)를 요구했다. 당초 정기이사회는 22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날 전체 이사가 참석한 자리에서 김 총장 거취 문제가 거론되자 긴급 이사회가 열리게 됐다.

김 총장은 지난달 28일 내부 게시판에 올린 개강인사 글을 통해 신입생 대규모 미달 사태와 관련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지난 4일에도 편제 조정 등 당면한 현안을 마무리하고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추가로 밝혔다.

이사회는 김 총장이 학교법인과 사전 협의 없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 외부에 알려져 학교 이미지를 실추시켰다고 보고 있다. 영광학원 관계자는 “김 총장은 법인에 사퇴 의사를 알리지 않았고, 확인 요구에도 답하지 않았다”며 “이사 전원 일치로 징계위 회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직위해제는 김 총장과 이사회의 해묵은 갈등의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양 측은 대구도시철도 대구대연장 건과 퓨처모빌리티 연구개발시티 조성사업, 대명동 캠퍼스 개발, 행복기숙사 건립 등 여러 사업들을 둘러싸고 갈등을 일으켰다.

대구대는 이원돈 부총장이 당분간 총장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하지만 사퇴 의사를 밝힌 총장이 갑자기 직위해제 되면서 대학 내 혼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구대의 2021학년도 신입생 최종 등록률은 80.8%로 지난해보다 19%포인트 떨어졌다.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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