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사건' 콕집어 수사관행 점검 지시… '검찰개혁 시즌2' 동력 삼을 듯

입력
2021.03.18 04:00
한만호 70차례 소환 등 인권침해 수사 문제 삼아
"법무부·대검 합동으로 위법 수사관행 특별 점검"
'한명숙 모해위증 사건' 수사지휘와는 별도 지시
당시 수사팀은 "회유·협박 주장 전혀 사실 아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17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면서, 이와 별개로 ‘검찰 수사관행에 대한 법무부-대검의 합동감찰’도 지시했다. 2010~2011년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및 공소유지 과정에서 검찰 수사팀의 잘못이 있었는지 좀 더 면밀히 점검해 보라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수사지휘’보다 ‘합동감찰’에 박 장관의 진짜 노림수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가 종전과 같이 ‘무혐의 종결’ 결론을 내린다 해도, 감찰을 통해서 검찰 수사팀의 위법ㆍ부당한 수사관행을 지적할 길을 열어뒀다는 얘기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검찰개혁 시즌2’의 동력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는 뜻이다.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문제 삼은 지점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사건관계인에 대한 인권침해적 수사 방식’을 들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불필요한 반복소환, 공정성 시비를 야기할 수 있는 사건 관계인 가족과의 접촉 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금품 공여자인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는 검찰 수사 당시 다른 범죄로 수감 중이었는데, 무려 70여차례나 검찰청에 불려갔다. 한 전 대표의 재소자 동료인 한모씨 조사를 위해 검찰이 ‘주식 차명거래 혐의가 있다’며 한씨 아들과 조카를 소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두 번째 감찰 포인트는 ‘수용자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정보원 내지 제보자로 활용한 정황’이다. 검찰이 한씨 등에게 검사실에서 값비싼 음식을 주며 회유했다는 주장 등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법무부는 ‘불투명한 사건관계인 소환ㆍ조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대해 류 감찰관은 “(조사 대상자) 출입 등록을 하지 않고, 조사 결과도 남기지 않는 불투명한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청 출입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은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다만 법무부는 이번 합동감찰은 ‘징계’가 목표는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류 감찰관은 “(10년 전 사건이라) 한 전 총리 수사팀 참여 검사들의 징계 시효는 지났지만,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면 법률에 따라 ‘경고’는 가능하다”며 “수사팀을 질책하려 한다기보단, ‘수사관행 개선’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으로 잘 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번 감찰의 의도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앞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팀 핵심 관계자는 ‘검찰 수사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한만호 전 대표의 비망록에 대해 “대부분 허위사실이 기재돼 있다”며 “법원도 한 전 대표의 ‘검찰 진술조서’ 증거능력을 인정해 한 전 총리의 유죄를 확정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검찰의 회유나 협박 등의 의혹도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의 일치된 입장이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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