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대의 '나쁜남자' 돈 후안(Don Juanㆍ돈 주앙). 14세기 스페인에 살았던 그는 한 평생 무려 2,000여명에 달하는 여인들을 유혹했던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의 행적은 예술인들에게 창작 소재가 돼왔다. 대부분은 호색한으로 묘사되기 일쑤였다. 1787년 공연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돈 후안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정점에 달한다.
하지만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돈 후안을 사랑을 갈구하는 낭만주의자로 봤다. 그렇게 1889년 작곡된 곡이 교향시 '돈 후안'이다. 같은 인물을 묘사했지만 성격은 전혀 달랐다. 돈 후안의 사랑은 따뜻하게 표현됐으며, 그의 슬픔까지 전해진다.
#2 오스트리아 빈은 유럽에서 오랜시간 음악의 수도로 군림해 왔다. 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1920년에 쓴 '라 발스(La Valse)'는 그런 빈에서 유행했던 왈츠를 오케스트라 춤곡으로 옮긴 작품이다. 라벨은 애초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왈츠곡을 쓰기로 마음 먹었는데, 구상이 확대되면서 '빈 왈츠에 대한 예찬'으로 발전했다. 작곡에 무려 14년이나 걸린, 숙고의 산물이다.
우아한 왈츠라기에는 곡이 다소 어둡게 시작한다. 3박자 리듬의 춤곡 리듬이 나타나다가도 별안간 심벌즈와 탬버린이 “쾅”하고 등장하며 예상을 빗나간다. 작곡가 스스로 곡에 대해 "환상적이고 운명적인 소용돌이"라고 비유했을 정도다.
다음달 9일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최수열 지휘자와 부산시립교향악단은 슈트라우스 '돈 후안'과 라벨의 '라 발스'를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연달아 연주한다. 각각은 교향곡이 아니지만, 대규모 편성을 요하는 관현악곡들이다. 최 지휘자는 "악기를 다루는 기술인 관현악법에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두 작곡가들의 대표작"이라며 "코로나19로 지친 관객에게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시원한 음향을 들려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백미는 '돈 후안'에서 등장하는 오보에 솔로다. 여인을 향한 돈 후안의 사랑의 속삭임이다. 최 지휘자는 "곡이 시작된 뒤 6~7분이 지나면 격렬했던 오케스트라가 잠잠해지며 온전히 오보에의 등장을 준비하는데, 이때 오보에가 연주하는 사랑의 멜로디는 수많은 관현악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고 아름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