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민심 달래려 결국 고개 숙였다...'LH 사태' 2주 만에 "송구하다"

입력
2021.03.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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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사회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한 마음"이라고 16일 말했다. 의혹 폭로 2주 만에 나온 첫 사과다. 청와대는 "공분을 느끼는 국민의 허탈한 마음에 진정성 있게 응답한 것"(강민석 대변인)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부동산 적폐 청산'을 새로운 국정 과제로 내걸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음에도 성난 민심이 달래지지 않자 다소 뒤늦게 사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文 "성실한 국민들께 허탈감·실망 드려 송구"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LH 사건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국민들께 큰 허탈감과 실망을 드렸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전날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는 '정부가 반성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지만, "송구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 본인의 책임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부패 구조를 엄중히 인식하며 더욱 자세를 가다듬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강민석 대변인은 "모든 국무위원 앞에서 송구한 마음과 함께 '부동산 적폐를 청산해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와 다짐을 밝힌 것"이라고 문 대통령의 사과 배경을 설명했다. LH 사태 핵심이 '공직자의 부정부패'인 만큼, 정부를 대표해 사과했다는 뜻이다.


2주 만의 사과… 靑 "대통령 스스로 결단"

그간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의 사과 여부와 시점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는데, 문 대통령이 16일 사과하기로 '결단'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사과하기에 적합한 시점과 장소를 고르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한다. 진상 규명, 원인 파악, 제도 정비 등 '사태 수습'부터 한 뒤 '민심 수습'에 나서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이 2주가 흘렀고, 여론은 더없이 얼어붙었다. 적기를 놓친 데다 떠밀려 사과한 모양새가 되면서 사과의 '효과'가 다소 반감됐다.

문 대통령이 사과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인 이달 3일부터 문 대통령은 거의 매일 LH 사태를 언급했지만, 사과만은 하지 않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5일 만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7일 만에 대국민 사과를 한 것과 대비된다.



文 "그럼에도 공정한 사회로 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적폐 청산의 한 축으로 '공직 윤리 확립'을 말했다. "공공기관 스스로 직무 윤리 규정을 강화하고, (적폐의) 사전 예방과 사후 제재,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력히 구축해야 한다"면서 "기획재정부 등 공공기관을 관리하는 부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공공성과 윤리 경영 비중을 대폭 강화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부패인식지수가 매년 개선돼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하는 등 우리 사회가 좀 더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로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고도 말했다. 'LH 사태가 문 대통령 임기 중에 터지긴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은 아니다'는 호소로 해석됐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