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앞으로 다가온 4·7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난타전’으로 치닫고 있다. 후보 간 의혹제기 – 반박 – 재반박 – 고발 – 추가 폭로 등으로 이어지는 이전투구식 공방 속에 정책대결은 완전 실종 상태다. 최근 각 후보 측에서 언론사에 제공하는 선거운동 일정은 의혹 제기, 반박 기자회견 계획이 대부분일 정도다. 이들 싸움에 유권자들의 표정은 보통 어둡지 않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16일 오전 성명을 냈다. 자주 있는 일지만, 이날은 중앙당을 정조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박형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과 가짜 뉴스를 해명하라.” 이 성명에는 ‘권력형 성범죄로 발생한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선거의 공범인 민주당’이라는 원색적 표현도 동원됐다.
더불어민주당 측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의 국정원 불법사찰 관여 의혹을 비롯한 해운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딸 홍익대 입시 비리 등의 각종 의혹을 최근 잇따라 제기한 데 따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 부산시당은 같은 날 오후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박 후보 엘시티 의혹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박 후보는 앞에서 부동산 투기를 맹비난하면서 뒤에서는 부동산 투기로 수십억 원을 부당 취득한 부도덕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같은 날 오전과 오후 ‘펀치’를 한 번씩 주고 받았다. 공방의 주기가 짧아진 것이다. 이날 오전 박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주재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민주당을 비난하며 ‘네거티브 공세’ 차단에 나서야 했다.
이들의 싸움은 검찰 고발과 의혹 반박, 기자회견 등으로도 ‘확전’하는 양상이다. 박 후보는 하루 전인 15일 공약 발표가 아닌 의혹 부인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박 후보는 근거가 없다며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과 홍익대 교수를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민주당은 “박 후보의 딸 입시 비리를 폭로한 홍익대 교수가 17일 오후 박 후보 선거사무실 앞에서 입시 관련 부정 청탁이 없었다는 박 후보의 주장에 대해 반박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역에서 진행된 한 토론회도 인신공격성 문답으로 채워졌다. 김영춘 민주당 후보는 청와대 홍보기획관 시절 박 후보가 4대강 관련 불법사찰 문건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박 후보는 민주당 출신 전임 시장의 잘못으로 치르는 선거에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양쪽 당에서 지난 14일부터 내놓은 각종 보도자료나 입장문 등도 공약이나 선거 운동 일정 등이 아닌 상대 후보 의혹 제기와 의혹 제기를 반박하는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처럼 여야 네거티브 공방 양상이 계속되면서 유권자들이 알아야 하는 공약, 정책이 주목 받지 못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부산 정가 관계자는 “네거티브 전략도 후보 검증 방법이긴 하지만, 이번엔 도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앞서 신공항 건설 이야기로 관심을 받지 못한 지역의 선거 공약들이 또다시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