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정이삭·스티븐연, 오스카 후보 등극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입력
2021.03.16 14:32

미국에 정착하려는 한인 이민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가운데 후보 명단에 오른 배우 윤여정과 스티븐 연,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은 모두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면서 매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LA타임스에 “너무 낯설게 느껴진다”면서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넘치도록 충분하고 이미 상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AP통신에는 “아카데미는 내게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며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애플TV 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던 윤여정은 15일 한국에 도착해 매니저에게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면서 “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어리둥절해서) 울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주간 자가격리 해야 하는 그는 “모든 사람이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오고 싶어하겠지만, 여기에 올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저는 매니저와 함께 축하할 것이다. 매니저가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니 나 혼자 술을 마셔야겠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가족과 머물고 있는 스티븐 연은 취침 중 후보 지명 소식을 들었다. 아카데미 후보 명단이 미국 동부 시간으로 오전에 발표됐는데 서부인 로스앤젤레스는 당시 새벽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시간 15일 오전 LA타임스와 전화 통화에서 “핸드폰이 계속 울려서 다시 잠들려고 애썼다”며 “아직도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아직도 무슨 일인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 영화매체 ‘데드라인’과 인터뷰에서 “가슴이 벅차오르긴 하지만 솔직히 머리는 무슨 일인지 아직 정리가 안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산업의 동료들에게 인정받았기에 더욱 겸허해진다”면서 “영화를 하나의 팀으로, 한 가족으로서 함께 만들었기에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영화를 함께 만든 가족 전체가 너무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정이삭 감독은 미국 내 한인사회는 물론 아시아 커뮤니티까지 ‘미나리’의 아카데미 후보 지명을 축하해주고 있으며 더욱 폭넓은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에 우려를 표하며 “’미나리’에 대한 반응이 옳은 길로 나아가는 하나의 발걸음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