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모 묘가 사라졌어요"... 태양광 시설 조성 중 묘지 훼손 논란

입력
2021.03.1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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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시의원, 후손들과 협의 없이 공사 강행 물의


전북 남원시의회 의원 부지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조성 중 주민 조상묘가 훼손되고 울타리가 설치돼 후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피해 주민은 해당 시의원과 업체 대표를 경찰에 고발했다.

15일 주민 A씨에 따르면 남원시 대산면 신계리 논 8,500여㎡에서 태양광발전시설 조성 공사 중 100여년이 넘은 A씨 증조모 묘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곳은 남원시의회 B의원 소유로, 지난해까지 벼를 경작하다가 최근 한 태양광업체에 임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달 말쯤 잡초 제거를 위해 증조모 산소를 찾았다가 묘가 완전히 매몰돼 찾을 수 없었다"며 "해당 부지는 B의원 친인척이 10여년 넘게 경작했던 곳으로 묘지 유무를 바로 알 수 있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고의로 훼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를 황당하게 만든 것은 이전에 없던 울타리 설치였다. 태양광 시설 부지 한가운데에 있는 선산 관리용 논에 철재 울타리를 쳐놓고 섬처럼 고립시켜 놨던 것이다. A씨는 "이 지경이 되도록 B의원이나 업체 측에선 공사를 시작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무렵 B의원으로부터 태양광을 설치할 계획이니 논을 팔라는 연락을 받고 적절한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었었다"며 "하지만 B의원은 후속 협의 없이 공사를 강행하고, 이에 항의하자 '내 말 듣지 않으면 한번 당해봐라'는 식으로 막가파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B의원은 이에 대해 "임대한 논은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땅으로 논 가운데 남의 땅과 조상묘가 있는 줄 모르다가 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묘지는 복원했고 선산 관리용 땅은 보상협상에 나설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아 A씨 땅을 제외하고 공사를 시작했다"고 해명했다.


남원=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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