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이 맹지 산 뒤 신도시 지정… 땅 투기 '불똥' 튄 지방의회

입력
2021.03.15 16:10
4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신도시 투기 의혹이 지방의회로 번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흥시의회 의원이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자 탈당한데 이어, 같은 당 경기도의회 도의원이 매입한 토지가 1년 뒤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한국일보가 지난해 전자관보에 올라온 각 기관별 공직자 재산공개 92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총 8명이 3기 신도시 대상지 및 인근 지역에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 3기 신도시 발표 직전에 토지를 매입한 이는 민주당 소속 최갑철 경기도의회 의원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상속받거나 오래 전 매매한 사례였다.

최 의원 부인은 2018년 4월 부천시가 정부 공매사이트 ‘온비드’에 올린 부천시 대장동 소재 2개 필지(79㎡·194㎡)를 단독 입찰해 낙찰 받았다. 매입가는 79㎡가 4,670만원, 194㎡가 1억1,300만원 등으로 3.3㎡당 평균 매입가는 193만원 정도다.

그러나 이 땅이 1년 뒤인 2019년 5월 부천 대장신도시에 편입되면서 당시 부천시의회 의원이었던 그가 개발정보를 미리 알고 사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택지개발지는 LH가 후보지를 고른 뒤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 협의로 선정된다. 이 과정에서 지역현안에 민감한 지방의회 의원이나 국회의원이 미리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힘들다. 현재 감사원은 최 의원 부인이 매입한 필지에 대한 자료를 부천시로부터 건네 받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이에 대해 “매입 당시 신도시 개발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고, 시기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대장신도시는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 부천시장이 선출된 뒤 국토부와 논의가 시작됐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는 “해당 토지는 2017년부터 이뤄진 공개경쟁입찰에서 4차례나 유찰됐던 맹지(盲地)”라며 “텃밭을 일구려고 샀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 이곳에 감자와 아마란스를 심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가치를 쳐주지 않는 맹지를 사들이는 건 LH 직원들이 쓰는 땅 투기 수법 중 하나”라며 “신도시 지정 직전에 시의원이 관할 지역의 쓸모 없는 땅을 단순히 텃밭용으로 1억 5,970만원이나 들여 샀다면 누가 믿겠냐”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신현주 인턴기자
이규리 인턴기자
장윤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