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14일(현지시간) 한미일 삼각 협력을 강조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주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낸 미일동맹 참고자료를 통해서다. 불편한 한일관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메시지 전달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버티기로 진전이 없는 국면이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 측에 힘을 싣는 듯한 분위기여서 한국 정부에겐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무부는 이날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로 ‘깨질 수 없는 미일동맹 재확인’이란 제목의 자료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블링컨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15~17일 일본 방문에 맞춘 미일관계 중요성 강조 내용이 주로 담겼다.
특히 미일 간 공유 가치, 양국 국민 간 우정의 역사, 경제 연대, 안보 협력 등 4가지 항목과 함께 ‘한미일 협력 강화’를 따로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국무부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미국의 관계 강화, 동맹 간 관계 강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며 “한일관계보다 중요한 관계는 없다”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악인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였다.
미국은 또 한미일 삼각 협력이 중요하다며 북한 비핵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후변화 대처를 핵심 사례로 꼽았다. 한미일 3국이 힘을 모아야 북핵 해결이 용이해진다는 은근한 압박이었다.
특히 블링컨·오스틴 장관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과 관련, "이것은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이 공유하는 목표"라고 밝힌 메시지를 주일 미국대사관은 15일 트위터로 전했다.
미국의 일본 챙기기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다음달 9일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갖는 대면 정상회담 대상으로 일본을 선택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일본이 실무적으로 주도해온 중국 견제용 안보협의체 ‘쿼드(Quad)’ 정상회의에 12일 참석한 뒤 이날 “매우 좋은 합의였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동시에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12일 “우리는 한일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역사와 관련된 사안에 협력할 것을 오랜 기간 장려해왔다”며 블링컨 장관의 한일 방문 시 한일관계 강화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해서는 핵심 동맹인 한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이 대통령까지 나서 일본에 유화 제스처를 취해도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 강도만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3ㆍ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했지만, 일본은 “구체적 제안이 없다”며 이를 내치기도 했다.
결국 16~17일 미일 외교ㆍ국방장관 2+2회담에 이어 17~18일 한국에서 진행될 한미 협의가 중요해졌다.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노력을 미국이 인식하고, 중재에 나서지 않으면 한미일 삼각 협력 복원도 힘들어진다’는 게 한국 정부 논리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당근 제시와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채찍이 균형을 맞추는 지점도 한미 간 협의에서 중요해졌다. 납치자 문제를 중심으로 북한 문제를 끌고 가려는 대북 강공책 위주의 일본을 어떻게 제어할지도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