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되면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국내 전기차 출시를 앞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용 충전 시설 설치에 나선 데 이어 국내 기업들도 주유소 업체와 연계, 인프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가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예상된 만큼, 주도권 확보에 다가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5일 시장조사기관인 IHS 마킷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약 394만 대로, 지난해 228만 대보다 7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4년 뒤인 2025년엔 약 1,126만 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점쳐졌다. 이미 출시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를 비롯해 올해 국내 출시 예정인 전기차 모델만 14종에 이른다.
하지만 전기차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비해 국내 충전 인프라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지난해 8월 기준 50.1기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에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브랜드 전용 충전 시설을 마련하면서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먼저 지난해 '더 뉴 EQC 400 4MATIC 프리미엄'을 출시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지난해 말까지 전국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총 100여 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올해는 순수 전기차 EQA, EQS 출시도 예정된 상태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7월 'e-트론 55 콰트로'를 출시하면서 발표한 충전 시설 확충 계획을 이행했다. 현재까지 전국 41개 전시장과 서비스센터에 총 35개의 아우디 전용 150kW 급속 충전기를 설치했다. 올해 'e-트론 스포트백 55'를 출시하는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인 아우디는 향후에도 전용 충전기 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지난해 '모델Y'를 출시하는 등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는 테슬라는 올해 전국 27곳에 전용 충전 시설인 '수퍼차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설치가 완료되면 수퍼차저는 기존 33곳을 더해 60곳까지 늘어난다.
이에 대해 국내 자동차 업계에선 인프라 확충을 위해 주유소 업계와의 협력을 택했다.
현대차는 1월 SK네트웍스와 함께 전기차 전용 충전소인 '길동 채움'을 조성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 이곳에는 하이차저 8기가 설치된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포함한 복합 문화공간으로 이뤄졌다. 현대차는 또 올해 전국 고속도로와 도심 등 20곳에 총 120기의 초급속 충전기인 '하이차저'를 설치할 계획이다.
첫 순수 전기차 EV6 출시를 앞둔 기아는 GS칼텍스와 협력해 초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이어 수도권 GS칼텍스 주유소 4곳에 8기의 충전기도 설치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브랜드의 경우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브랜드 전용 전기차 충전 시설을 통해 충성도를 높이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반면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대중화가 우선적인 목표기 때문에 주유소 등의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용 전기차 충전 설비 확충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