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정책 곧 나온다… 블링컨 한일 순방 때 막판 조율 가능성

입력
2021.03.13 10:22
성김 차관보대행 "수주내 검토 완료 예상"
국무부 대변인 "동맹과 발맞춰 대북 접근"

미국의 대북 정책 구상이 완성돼 가는 분위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다음주 한일 순방 때 막판 조율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성 김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12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전화 브리핑에서 대북 정책 검토 상황에 대한 질문에 “신속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수주 내에 검토를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김 대행은 “검토 내내 한국과 일본에 있는 동료들과 매우 긴밀한 접촉을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1월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과거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기존 정책을 검토해 오고 있다. 그러나 두 달 가까이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으면서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신중한 자세는 접근 방식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채택했던 정상 간 담판 위주의 ‘톱다운’(하향식) 협상이 핵능력 고도화는 막지 못하고 북한에 체제 정당성만 부여했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다. 때문에 동맹과 주변국 협조를 끌어내 실무 수준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보텀업’(상향식) 해법을 취하겠다는 의지를 줄곧 드러내 왔다.

이런 맥락에서 핵심 동맹국들과의 초창기 대북 정책 최종 조율은 15~18일 예정된 블링컨 장관 한일 순방의 주요 목적 중 하나다. 실제 김 대행은 이와 관련, “동맹들이 우리 과정에 고위급 조언을 제공하는 훌륭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동맹과 보조를 맞춰 대북 정책을 구사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뒤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대북 정책에서 이번 순방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의 현재 미측 검토 상황 설명과 한일 측의 의견 개진이 순방을 계기로 이뤄질 전망이다.

수렴이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비핵화 의사가 있는 만큼 미국이 전향적으로 대북 관여나 제재 완화에 나서 주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일본의 태도는 강경하다. 압박이 최대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도 큰 변수다. 대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중국의 협조는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전반적 대중(對中) 기조는 견제다. 이날 중국 포위용 인도ㆍ태평양 4개국(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협의체 ‘쿼드’(Quad) 회의를 정상 수준에서 처음 연 데 이어 참여국을 추가해 쿼드 규모를 키우는 방안까지 모색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 방한 때 ‘쿼드 플러스(확대 구상)’ 논의가 이뤄지냐는 질문에 김 대행은 “그 논의 자료를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블링컨 장관이 참석하는 18, 19일 바이든 정부 첫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는 대북 정책 문제도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는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한 중국의 협상 지렛대로 여겨진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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