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 식품이나 컵라면 같은 것은 비스페놀A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많은 사람이 이런 걱정을 할 텐데 2020년 식약처의 비스페놀류 통합위해성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실제 노출량이 워낙 적기 때문이다.
비스페놀은 폴리카보네이트와 에폭시수지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데 그것으로 만들어진 용기, 가구, 장난감, 포장재 등에서 미량씩 유출될 수 있다. 심지어 마시는 물에서도 나노그램 단위로 검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물질이 내분비계교란물질(일명 환경호르몬)로 작용할 수 있다. 외부에서 우리 몸의 호르몬과 유사한 형태의 분자가 많이 들어오면 우리 몸의 조절 기능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아 내분비장애, 발달장애, 성 조숙 유발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매우 적은 양으로 작용하는 것이라 극미량의 환경호르몬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20㎍(마이크로그램, 100만분의 1그램) 이하로 매우 엄격하게 관리된다. 잔류농약 등에 비해 훨씬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매년 비스페놀을 이용한 합성수지의 생산량이 2.5% 정도 증가하고 있으니 걱정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스페놀은 인체에서의 반감기가 6시간 이내이며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소변검사를 통해 노출 정도를 쉽게 측정할 수 있는데, 80% 이상의 사람에게서 비스페놀이 검출된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중요한 것은 존재 여부가 아니라 양인데 확인된 평균 노출량이 0.042㎍ 수준이고, 가장 극단적으로 많이 노출된 집단마저 안전기준에 비해 훨씬 적은 양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의 안전기준은 동물실험의 결과를 기준으로 500배나 여유를 둔 것이라 지금보다 식품을 1만 배나 많이 먹기 전에는 식품 때문에 비스페놀에 위험할 수준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없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꾸준한 안전성 검증과 절감 노력으로 한국인의 비스페놀 노출량은 매년 줄어들어 1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라고 한다. 그만큼 걱정을 줄여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