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국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심사에 앞서 벌써부터 증액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에서 빠진 업종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도 4·7 보궐선거를 의식해 사각지대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라 추경안이 2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오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보궐선거에 앞서 '선물 보따리'를 풀겠다는 심산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8, 9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를 가동해 추경안 심사에 돌입한다. 19조5,000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안'이 2주 만에 졸속 통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심사 기간은 짧지만 지원 대상은 늘린다는 것인데, 이는 형평성 논란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앞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특고)·프리랜서·노점상·부모가 실직 또는 폐업한 대학생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농어민·버스기사 등은 제외해 해당 업계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민주당은 화훼농가와 전세버스 기사, 기업회의·관광·국제회의·전시행사 업체(마이스·MICE) 등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정이 넓고 두텁게,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며 피해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충분치 못할 것"이라며 "국회 예산결산위와 각 상임위의 심사 과정에서 보완이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지원 대상을 확대하면 추경 규모는 2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야당은 '원칙 없는 추경'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다음달 보궐선거를 의식해 급조한 추경안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지원 대상이 되는 피해 계층을 제대로 선정했는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4일 의원총회에서 "원칙과 기준 없이 보편과 선별 지급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어정쩡한 누더기 추경안이 됐다"며 "피해 현황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추경 규모가 타당한지와 세출 구조조정 노력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했다.
야당의 반발과 별개로 당정 간 기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는 이미 추경 규모를 못 박은 만큼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경우에는 기존 예산을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경 규모가 늘어날수록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는 앞당겨질 전망이다. 4일 기재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올해 말 965조9,000억원에서 내년 말 1,09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추가로 이뤄질 경우 올해 말 기준 1,000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차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3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