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해부학 만화'로 유명해진 교수, 아들 자랑하다 아빠 찬스 논란

입력
2021.03.02 17:00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
아들 조교수 임용 자축하며 "내 도움으로 박사 받아"
논란 커지자 트위터 폐쇄

해부학을 다루는 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를 그려 '만화가 의사'로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들이 조교수가 됐다'고 자랑하다가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정 교수는 1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오늘만 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아들(정범선)이 연세대 원주의대 해부학 교실의 조교수가 됐다. 연구조교수가 아닌 조교수다.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제 도움으로 의학박사를 받았다. 만 31세에 조교수가 된 셈"이라고 자축했다.

이어 자신이 내놓은 영어 의학 교과서 '초보자를 위해서 그림으로 외울 수 있게 만든 신경해부학'의 공저자가 자신의 장남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또 "보통 사람은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가 된 다음에 세계에서 이름나려고 애쓰는데, 제 아들은 조교수가 되기 전에 세계에서 이름났다"고 또 한번 박수를 보냈다.


이 내용은 곧바로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고 뜻밖의 논란이 만들어졌다. 부친이 장남의 '스펙 관리'를 해 주면서 결과적으로 교수직에 오르도록 도왔다는 자랑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올라온 정 교수 부자의 논문 내역을 보면 정범선씨의 학술지 기고 34개 중 정 교수와의 공동 논문이 19건으로 확인된다. 학술지 등에 연재하는 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 역시 나눠 그린 것으로 돼 있다. 정범선씨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와 심사는 아주대의 다른 교수들이 맡았다.



과거 SNS 이력을 보면 정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해부학 전공 지원자가 극히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외려 "내가 부탁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 교수는 또 한 의학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의대생 해부학 지원자는 제 아들이 유일했다"며 "교수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표현을 긍정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정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닫았다.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동일한 글의 경우는 지인들 위주로 응원하는 메시지가 많았지만 마찬가지로 사라진 상태다.


한편으로 정 교수의 장남인 정범선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공공의대 확충 정책을 비판하는 만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디가 '정범선'이었을 뿐 아니라 이 인물은 만화에서 "(해부)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 만화 역시 온라인의 주목을 받자 삭제됐다.

정민석 교수가 속한 아주대병원 측은 "현재 정 교수와 관련한 모든 논란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며 "확인을 마치는 대로 학교 측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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