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을 다루는 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를 그려 '만화가 의사'로 온라인에서 유명해진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들이 조교수가 됐다'고 자랑하다가 '아빠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정 교수는 1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데 오늘만 하겠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제 아들(정범선)이 연세대 원주의대 해부학 교실의 조교수가 됐다. 연구조교수가 아닌 조교수다.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제 도움으로 의학박사를 받았다. 만 31세에 조교수가 된 셈"이라고 자축했다.
이어 자신이 내놓은 영어 의학 교과서 '초보자를 위해서 그림으로 외울 수 있게 만든 신경해부학'의 공저자가 자신의 장남이라는 점도 공개했다. 또 "보통 사람은 조교수, 부교수, 정교수가 된 다음에 세계에서 이름나려고 애쓰는데, 제 아들은 조교수가 되기 전에 세계에서 이름났다"고 또 한번 박수를 보냈다.
이 내용은 곧바로 네티즌 사이에 회자됐고 뜻밖의 논란이 만들어졌다. 부친이 장남의 '스펙 관리'를 해 주면서 결과적으로 교수직에 오르도록 도왔다는 자랑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에 올라온 정 교수 부자의 논문 내역을 보면 정범선씨의 학술지 기고 34개 중 정 교수와의 공동 논문이 19건으로 확인된다. 학술지 등에 연재하는 만화 '해랑 선생의 일기' 역시 나눠 그린 것으로 돼 있다. 정범선씨의 박사학위 논문 지도와 심사는 아주대의 다른 교수들이 맡았다.
과거 SNS 이력을 보면 정 교수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해부학 전공 지원자가 극히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외려 "내가 부탁해서 함께 일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썼다.
정 교수는 또 한 의학 전문 매체와 인터뷰에서는 "의대생 해부학 지원자는 제 아들이 유일했다"며 "교수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는 표현을 긍정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논란이 커지자 정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닫았다.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동일한 글의 경우는 지인들 위주로 응원하는 메시지가 많았지만 마찬가지로 사라진 상태다.
한편으로 정 교수의 장남인 정범선씨로 추정되는 인물이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올린 공공의대 확충 정책을 비판하는 만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디가 '정범선'이었을 뿐 아니라 이 인물은 만화에서 "(해부) 전공을 잘못 선택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들 만화 역시 온라인의 주목을 받자 삭제됐다.
정민석 교수가 속한 아주대병원 측은 "현재 정 교수와 관련한 모든 논란에 관해 확인하고 있다"며 "확인을 마치는 대로 학교 측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