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 전철 사업자가 연계철도망 개통 지연,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었던 승객 등으로 입은 손해를 정부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신분당선 사업자 측에 286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신분당선의 낮은 운임수입 탓에 불거진 양측 간 법정 다툼도 약 5년 9개월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철도 운임수입보조금을 지급하라”며 낸 실시협약 조정신청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두산건설ㆍ대림산업ㆍ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신분당선 주식회사는 2005년 3월 정부와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신분당선 측은 전철을 설계ㆍ건설한 뒤 그 소유권을 정부에 양도하되, 30년간 철도를 운영ㆍ관리하면서 운임을 징수해 투자비와 이윤을 회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정부는 실제 운임수입이 운영개시일로부터 만 5년까지 예상운임수입의 80%, 6~10년까지는 70%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그에 미달하는 부족분을 보조금 지급으로 채워주기로 약정했다. 단, 예상운임수입의 50% 미만일 땐 운임수입을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승객 규모와 운임수입은 예상치의 30~40% 수준에 그쳤다. 신분당선 측은 △신분당선 정자~광교 구간, 성남~여주 복선전철 등 연계철도망의 개통 지연 △판교신도시 입주 지연 △평일 버스 전용차로 시행 △주5일 근무제 실시 등의 변수 탓에 운임수입이 예상치를 밑돌았다며 정부에 운임수입보조금 1,021억원을 청구했다.
1심은 “신분당선 측이 연계철도망 사업 계획 변경 가능성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운영 손실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만약 연계철도망 효과가 승객 수요 예측에 반영되지 않았다면, 사업자로선 예상운임수입을 낮게 책정했을 것이며 손실 보전 요건인 ‘예상운임수입의 50%’ 기준을 충족했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연계철도망 개통 지연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선 실시협약의 위험배분 원칙에 따라, 합리적 범위 내에서 정부도 그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급할 보상액은 286억원으로 정해졌다.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은 “정부의 행위ㆍ권한ㆍ지배 범위 내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유로 발생한 위험(연계철도망 미개통 등)까지도 신분당선 주식회사가 모두 부담하는 건 위험배분원칙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