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주사기 덕 백신 더 맞힐 수 있다? 전문가들 "접종 현장 부담" 우려

입력
2021.02.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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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가 개발한 K주사기(최소 잔여형 멸균 주사기) 덕에 백신 1병(바이알)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를 늘려도 된다고 한 정부 방침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백신 수급이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서 백신 1병으로 접종가능한 인원을 1,2명이라도 더 늘릴 수 있다는 건 분명 긍정적 신호다. 하지만 어렵잖게 해낼 수 있고, 또 무조건 해내야 하는 것처럼 비치게 되면 접종 현장 인력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28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전날 '예방접종 실시방법' 공문을 전국의 접종 현장에 배부했다. 여기엔 K주사기로 접종 뒤 잔여량이 남으면 추가 접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K주사기는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도록 제작된 특수 주사기다.


'K주사기'로 병당 백신 접종자 수 늘릴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은 한 병당 6명,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명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를 통과했다. 1병 당 정량이 정해져 있긴 하지만 백신 제조사들은 접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손실분을 감안해 백신을 조금 여유 있게 넣어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1병당 5㎖'가 원칙이지만 통상 '5㎖ + α' 가 담긴다. '1병당 0.45㎖'가 원칙인 화이자 백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다만 이 같은 여유분이 일반 주사기로의 접종을 감안한 것인 만큼, K주사기를 이용할 경우 버리는 양을 최소화할 수 있어 '+ α' 분량을 다른 사람에게 맞힐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화이자 백신은 1병당 7명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병당 11~12명까지 맞힐 수 있다. 1분기 접종 예정자가 76만여명 수준인 걸 감안하면, 10%만 더 맞힌다 해도 7만여명 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두 백신의 생산 뒤 유통기한을 6개월로 한 점을 감안할 때 이렇게 아낀 백신을 2분기 접종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경실 예방접종관리반장은 "백신 1병을 접종 권고 인원 수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 쓰는 걸 공식적으로 검토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현장에서 숙련된 간호사가 어떻게 접종하느냐에 따라 접종 가능 인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현장 접종 인력들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 비판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3상 임상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 기준을 마련하고 허가했는데, 병 당 접종 권고 인원을 조정하려면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접종에 앞서 실험을 먼저 진행해보고 방침을 정해야 하는데, 접종 초기에 얼마 해보지 않고 더 맞힐 수 있으니 일단 해보자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접종 현장에 과도한 책임을 떠넘긴 셈이란 비판도 나온다. 김 교수는 "숙련된 간호사는 1병으로 7명을 접종하고 아닌 간호사는 6명에 접종한다고 하면, 당연히 접종 현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자칫 무리하게 정규 용량보다 적게 접종하는 일이 발생하면 효능이 떨어져 집단면역 형성도 물건너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제껏 정부는 우리도 충분한 양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자랑해왔는데 이제와서 조금 남은 잔여분까지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백신 수급에 자신이 없나'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정부 스스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