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ㆍ모더나처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접종하겠다.”
유럽연합(EU) 수장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옹호하고 나섰다.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전체 백신 접종에 속도가 나지 않자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독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기꺼이 맞겠다”고 말했다. 최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고위 인사들의 부정적 발언으로 해당 백신이 소외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진화 발언이다. “영국이 아스트라제네카의 빠른 승인을 위해 위험을 감수했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언급은 백신 부작용을 부각시켰고 불신을 키웠다. 독일에서는 의료진들이 아스트라제네카 효능이 화이자ㆍ모더나보다 떨어진다고 주장하며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도 왕왕 나오고 있다.
믿음이 사라지면서 어렵게 구한 백신 물량은 폐기처분 직전에 놓였다. 지난달 영국과 EU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확보한 다수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독일은 물론 영국에서도 냉장고에 갇힌 신세가 된 것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독일 측에 전달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3만6,800여회분 중 이달 20일까지 사용된 양은 8만7,000여회분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낼 대책이 하나 둘 강구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우선 의료진 등이 중심이 된 우선 접종 대상을 교사, 경찰, 군인과 같은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시설에 집단 거주하는 노숙자의 우선 접종도 제안됐다.
백신 접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유럽과 반대로 미국은 ‘트리플 백신 시대’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는 오는 26일 존슨앤드존슨(J&J) 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심사한다. 2회 접종이 필요한 다른 백신들과 달리 한 번만 맞아도 충분한 면역효과를 내는 게 J&J 백신의 강점이다. EU에서도 조건부 판매승인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어 이르면 내달 중순쯤 최종 승인 여부가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