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산물 가격이 주요 10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최대 2.8배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우 등급제 등 축산업계의 고급화 전략으로 기존 고깃값이 높게 형성된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고기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축산물 외에도 수입과일, 코카콜라 등 일부 품목 역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비쌌다.
시민단체 소비자시민모임은 세계 10개국 물가를 조사한 결과, 전체 24개 품목 중 9개 품목이 한국에서 가장 비쌌다고 23일 밝혔다. 단체는 지난해 8월과 10월 서울, 미국 뉴욕, 중국 베이징, 프랑스 파리 등 10개국 주요 도시의 백화점, 대형마트, 일반 슈퍼마켓을 1곳씩 선정해 각 품목의 소비자 평균 가격을 집계했다.
조사 결과, 자국산 쇠고기(등심 1㎏) 가격은 한국에서 14만8,000원으로 12만8,000원인 일본을 제치고 가장 비쌌다. 반면 3위 프랑스와 4위 중국의 자국산 쇠고기 가격은 3만6,000원, 3만5,000원에 불과했다. 특히 단체가 조사한 10개국의 자국산 쇠고기 평균 가격은 5만2,000원으로, 한국의 국산 쇠고기는 평균보다 2.8배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수입산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수입 쇠고기(등심 1㎏) 소비자가격은 6만5,000원으로, 10개국 가운데 가장 비쌌다. 10개국 평균과 비교하면 1.6배 높은 수준이다. 자국산 돼지고기(삼겹살 1㎏) 가격 역시 3만7,000원으로 2위인 일본(2만9,000원)을 제쳤으며, 4위 프랑스(1만3,000원)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비쌌다.
정부는 이같이 높은 고깃값을 시장 구조의 차이에서 찾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국은 소와 돼지 모두 국내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축산업계가 품질 관리에 나서는 등 고급화 전략을 택했다"면서 "수입업자들도 질이 중간 이상 되는 고기를 들여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고 설명했다. 품질이 높고 낮은 고기가 함께 유통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가격이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육류 소비가 늘어난 것도 축산물 가격 상승세에 영향을 줬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코로나19로 축산물의 가정 소비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국내 수요를 맞출 만큼 공급이 안정적이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쇠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2015년 조사 대비 28~38%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축산물 외에도 한국에서 가격이 높은 품목은 수입과일이었다. 수입과일 가운데 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는 한국에서 가장 비쌌으며, 나머지 수입 포도, 오렌지, 레몬, 키위는 2위에 해당됐다. 단체는 "국내 생산이 없거나 자급률이 낮은 과일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가격이 높았다"며 "수입과일 선호 경향이 높아져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코카콜라 가격이 1.5L 기준 한국에서 3,195원으로 10개국 중 가장 높았다. 칠레산 와인도 한국에서 4만3,000원에 팔려 2위 일본(2만7,000원)보다 가격이 약 60% 비쌌다. 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는 각각 4, 5위, 맥도날드 햄버거 단품과 세트는 8, 9위에 해당돼 외식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