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돌연 ‘유치원 무상급식’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에게 제안했다. 올해 전국 고교 1학년 무상급식을 마지막으로 초‧중‧고등학교 무상급식은 달성했지만, 유치원은 예외적으로 급식비를 낸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육감은 선거 50일을 앞둔 이날 후보들에게 유치원 무상급식을 최우선 의제로 논의해 줄 것을 제안했다. 관전 포인트는 다른 교육감들의 ‘무관심’이다. 조 교육감만큼이나 각종 교육 정책에 목소리를 내온 이재정 경기교육감, 교육감들의 의견 개진 창구인 최교진 전국교육감협의회 회장, 심지어 서울과 함께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의 김석준 교육감마저 조 교육감 제안 후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왜일까.
21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국일보가 ‘서울시교육감 유치원 무상급식 제안에 대한 타 교육청 수용 의견’을 문의한 결과, 경기‧인천‧대전‧충북‧충남‧강원‧전남‧전북‧제주 등 11개 교육청이 “이미 유치원 무상급식을 시행 중이라 보탤 의견이 없다”고 답변했다. 대부분 교육감 공약 사업으로 2018~19년 시행됐고, 특히 경기와 제주 지역은 2011년부터 전면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경북과 경남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 무상급식 역시 학교와 마찬가지로 통상 교육청 5, 지방자치단체 3, 구청 2 비율로 급식비 재원을 배분하는데, 구청이나 군‧구의 재원이 마련되지 않았을 경우 이들 지역을 제외하고 우선 시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처럼 관할 지역 모든 사립유치원에 무상급식이 실시되지 않는 지역은 대구와 부산, 세종에 그친다. 그나마 세종시의 경우 관할 유치원 61군데 중 사립은 3군데(2020년 교육통계연보 기준)에 불과한 만큼 ‘사실상 무상급식’을 달성했다는 평가다. 요컨대 전국 대부분이 시행 중인 복지정책을 서울시교육청이 뒤늦게 시작할 뿐인데, 논의 과정이 새삼 공론화될 필요가 있느냐는 설명이다.
서울과 마찬가지로 부산도 4월 7일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지만, 김석준 교육감은 시장 후보들에게 유치원 무상급식을 제안하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부산시, 부산시의회 등과 사립유치원 무상급식 관련 예산 등에 대해 협의했지만,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19 예산이 추가 편성되면서 구체안이 나오지 못했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보선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슈화를 위해) 제안한 걸로 본다”면서 “무상급식에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정치적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유치원 무상급식 제안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조희연 교육감은 “(재원 확보를 위해) 서울시나 구청들이 맞장구를 쳐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제안)한 것이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이 해명이 무색하게도 대전, 강원, 충북 교육청은 지자체 지원 없이 교육청 자체 예산만으로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처음 사립유치원 전체를 대상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울산교육청 역시 울주군과 남구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자치구 급식비를 교육청이 100% 부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