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손에 쥐어진 카이사르법은 독배일까?

입력
2021.02.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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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법(Caesar Act)'은 시리아 내전 기간 인권탄압을 저지른 바샤르 알 아사드 정부에 대해 미국이 경제제재를 선언한 법령이다. 2019년 12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뒤 2020년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인권유린을 전 세계에 폭로한 시리아 군 출신 사진가 카이사르를 본떠서 이름을 붙였다.

카이사르는 한때 시리아의 수감시설에서 일하면서 고문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이후 카이사르는 시리아의 인권탄압 실태를 보여주는 무수한 사진 증거를 제시하였고, 이는 카이사르법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카이사르법의 정확한 명칭은 '카이사르 시리아 민간인 보호법(Caesar Syria Civilian Protection Act)'이다. 시리아의 무고한 국민들에 대해서는 결코 해를 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호하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하지만, 법 도입의 본래 취지와는 달리 카이사르법이 시리아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우선, 카이사르법 제정은 시리아 화폐 가치의 하락을 촉진하면서 살인적 물가폭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전에 1달러에 약 50시리아 파운드에 불과하던 환율이 1달러에 3,000시리아파운드를 넘어섰다. 2021년 1월 24일자 알 아라비(Al Araby) 신문은 카이사르법 제정 이후 시리아인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해졌는지 상세히 보도하였다. 이에 따르면 카이사르법이 미국 의회를 통과하던 즈음인 2019년 말 시리아 5인 가족의 생활비로 33만 시리아파운드가 들었지만 2021년 초에는 무려 73만 2,000시리아파운드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엇보다 카이사르법이 아사드 정권과 거래하는 개인 및 단체를 제재하면서 시리아 재건 사업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 유엔 인권 전문가는 카이사르법이 시리아 재건을 위한 해외원조를 위축시킴으로써 시리아 국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시리아 중앙은행이 경제 제재 대상으로 지목됨에 따라 해외 원조가 시리아 내로 원활히 들어가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뿐만 아니라 카이사르법은 시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쿠르드인 거주지구까지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ISIS와의 전쟁에 미국의 동맹으로 참가했던 시리아 민주군(SDF)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시리아의 쿠르드인들과 시리아 민주군을 힘들게 하는 것은 애당초 미국이 바랐던 모습이 아니다.

이처럼 카이사르법의 어두운 면이 부각되는 가운데 시리아 사태에 오래 개입해온 러시아 정부가 거들기에 나섰다. 알렉산더 에피모브 시리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카이사르법이 시리아인들을 돕고 있는 유엔과 비정부기구의 인도주의적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카이사르법을 불법적, 비인도주의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이다.

논쟁이 가열되자 바이든 정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월 언론 브리핑에서 유엔안보리 결의안 2254호에 따라 시리아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동시에 시리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결정은 아사드 정권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카이사르법을 어떠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것인지 눈여겨 봐야할 것이다.


김강석 단국대 GCC국가연구소 전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