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18일 “24명의 기초단체장, 8명의 광역단체장 등 사찰 문건에 등장하는 모든 분들과 함께 형사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의 이(사찰) 문건 작성자는 직권남용 소지가 있다”며 “(제 사찰 자료) 보도 이후 함께 했던 지자체장들 문의가 오고 있고, 함께 다각적 대응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배 의원은 본보가 이날 보도(관련기사: 국정원 사찰문건 원본 입수…野 지자체장 손보기 '액션 플랜' 지시)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을 통해 인천 남동구청장 시절인 2011년, 국정원으로부터 사찰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국정원이 작성한 해당 문건은 총 14쪽으로 2011년 당시 야당 소속 지자체장 32명의 문제를 전반적으로 분석한 ‘총론’과 지자체장 개인 동향을 나열한 ‘붙임’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총론’에서 국정원은 야당 자치단체장들에 대해 “국익과 지역 발전보다는 당리당략ㆍ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기조에 역행하고 있다”며 “적극 제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들의 성향을 ‘종북’ ‘이념 오염’ ‘국가 정체성 훼손’ 등 '색깔론'으로 표현한 부분도 있었다.
‘붙임’ 부분에는 ‘주요 국정 저해 사례’라는 이름으로 지자체장 개인별 문제가 나열돼 있다. 배 의원에 대해서는 “‘부모스쿨’(150명)을 운영하며 강사진에 전교조ㆍ민노총 출신을 배치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 의원은 이날 “이 강좌는 ‘혁신학교 추진’ 공약의 일환이었다”며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생각을 바꿔보고, 외국사례를 공부하면 ‘종북 논리’가 된다는 식의 (국정원의) 어처구니없는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은 그러면서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문건을 받아본 뒤 당시 느꼈던 괴로움이 되살아났다”며 “사찰당한 사람 입장에선, 여전히 사찰당할 수 있다는 긴장 속에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이 소속된 정의당은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18대 국회 당시 현역 의원을 중심으로 국정원에 사찰 관련 추가 정보 공개 요청에 나서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