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인천에 사는 떠돌이개입니다. 사람들은 '들개'라고 부르죠. 인천시를 포함해 지방자치단체는 '야생화된 유기견'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유기견과 달리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고 사람과 가축에 피해를 줬거나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인천에서 포획된 떠돌이개만 200마리입니다. 당초 성견 100여마리를 포획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이보다 2배나 많은 수가 잡힌 거죠. 이는 시가 민간 포획업체와 손잡고 성견은 마리당 50만원, 강아지는 20~30만원을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주민은 민간 업체가 대가를 바라고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 떠돌이개나 강아지까지 무분별하게 포획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고, 이는 떠돌이개 포획 찬반 논란으로 확산됐는데요.
우리는 3,4세대 전 산 등지에 버려진 후 스스로 생존하면서 번식했습니다. 3,4마리가 몰려다니며 주로 야산을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과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그래도 우리 밥을 챙겨주는 사람은 알아봅니다.
우리가 아예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일부는 먹을 것이 없어 가축을 공격하기도 하고, 또 사람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존재만으로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모두가 공격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떠돌이개 수를 줄이기 위한 근본적 대책이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인천시가 민간업체에 한 마리당 50만원을 주고 포획의뢰를 시작한 2019년에 잡힌 떠돌이개가 104마리인데, 지난해 잡힌 수는 2배나 늘었죠. 인천시는 올해도 성견 120마리 포획에 필요한 예산으로 6,000만원을 마련했고,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포획을 해도 줄지 않는다는 게 드러났음에도 같은 정책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인천시는 떠돌이개가 얼마나 되는지, 또 2019년과 지난해에 포획한 300여마리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몇 마리가 입양을 갔고, 안락사 됐는지 등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않으면서 포획 예산만 배정한 것이죠.
인천시는 떠돌이개가 유기견과 다른 야생화된 유기견이라고 강조하면서도 포획 후 유기동물과 같은 절차를 따른다고 얘기합니다. 공고기간 동안 보호하고 이후 안락사를 하는 것이죠. 작고 귀여운 개들도 입양을 못 가는 판에 사람에게 익숙하지 않은 떠돌이개에게 주어진 운명은 안락사뿐입니다. 실제 농림축산검역본부 유기동물관리시스템(APMS)에 가보면 특징에 '야생화된 유기견'이라고 적힌 떠돌이개를 찾아볼 수 있는데 입양간 사례는 거의 눈에 띄지 않습니다.
떠돌이개는 사실 인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제주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개들을 포획해 보호나 입양조치하고 농가도 떠돌이개의 공격을 막을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저도 동의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마당에서 묶어 키우거나 풀어 키우는 개를 중성화시켜 더 이상의 떠돌이개가 발생하는 걸 막는 것입니다.
떠돌이개라고 무작정 포획해서 가두고 안락사시키는 게 최선의 방안일까요. 포획→안락사의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