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사찰 피해자 정태근 "사찰은 나쁘지만 공개 시점 의심스러워"

입력
2021.02.18 12:30
MB정부 '불법사찰 피해 3인' 정태근 전 국민의힘 의원
"여당 잘못으로 열린 선거, 자신들 지지 세력 결집 의도"

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정치인 사찰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당시 여권(한나라당) 내에서 불법 사찰 피해자로 불렸던 국민의힘 정태근 전 의원은 "2017년 공개됐고 자료를 봤음에도 지금 다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국정원 개혁의 의지라기보다 (4월) 선거에 쓰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18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정 전 의원은 "(국정원의) 사찰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저나 정두언 의원에 대해서 국정원 요원까지 동원된 것은 정말 잘못됐고 그 이후 소위 비판 세력들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지금 얘기가 나온 인물 세평이나 동향 정보를 수집한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정권 초부터 조사를 해 온 내용임에도 이제 와서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을 폈다. "이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로 삼지 않고 정리를 안 하고 있다가 지금 선거 시기에 와서 문제를 제기하니까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2월 실제로 국정원TF에서 조사한 내용을 갖고 그 국정원 개혁위원회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국정원 감시 네트워크라는 걸 만들어서 보고서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해당 보고서 안에 "청와대가 국정원에 자료 수집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비방 지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고,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정치 관여와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이 수사할 것을 권고한다고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가 이미 관련 내용을 확인했음에도 박지원 국정원장 등이 이 문제를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 선거 개입의 의도라는 게 정 전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판도라의 상자는 2년 전에 열렸는데 그걸 여당 쪽이 여태까지 뭉개고 있었던 것"이라며 "2017년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던 사람들이 지금 와서 판도라 상자를 자신들이 닫고 있다가 이제 와서 열렸다고 얘기하는 게 얼마나 위선적이고 이중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의원은 "이번 선거가 부산시장 선거도, 서울시장 선거도 사실 여권에 있는 시장의 성추행으로 인해 발생한 선거라 여권이 더 불안한 상황"이라면서 "(사찰 공개를 통해) 상대 진영은 더 나쁜 사람들이니 결집하자는 뜻으로 이걸 사용해 적폐의 후손을 심판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당초 친(親)이명박계로 분류됐지만 정두언 전 의원, 남경필 전 경기도지사 등과 함께 2008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는 등 소장파 활동을 벌인 것을 계기로 보수 진영 내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후 2010년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국정원이 이들을 조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법사찰 피해 3인방'으로 불리기도 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