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러진 1분기 백신 접종 계획 ... '11월 집단면역' 가능할까

입력
2021.02.1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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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7만여명에 달하는 요양병원·시설 내 만 65세 이상 고령자들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한 차례 미루면서 11월 집단면역 형성이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1분기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시설 입원·입소·종사자 64만8,855명 중 만 65세 이상인 37만6,724명은 접종시기가 2분기로 미뤄진다.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능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에 따라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정보를 확인할 때까지 잠시 접종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만 65세 이상 고령층이 대거 참여한 미국 임상시험 중간결과가 3월 말쯤 나온다면, 이 37만여명은 4월부터 접종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임상이 지연되면 5월부터 시작될 '만 65세 이상 성인'에 대한 접종계획은 물론 11월 집단면역 형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은경 추진단장(질병관리청장)은 "현재 노바백스 백신 2,000만명분 등 백신 추가 도입에 대한 계약이 계속 진행되고 있고,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도 개별적인 공급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아니어도 다른 백신이 있으니 그럴 걱정은 없다는 의미다. 정 단장은 또 "2,3월 접종계획에서 일부를 조정한 것일 뿐 집단면역 형성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 또한 요양병원·시설 내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연기가 집단면역이란 목표까지 부담을 주리라곤 보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요양시설 내 입원자들은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기에 집단면역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접종일정 차질 우려에 대해서도 "백신 물량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접종 자체는 어렵지 않아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보다는 여전히 불투명한 백신 공급 시기와 물량, 그리고 변이 바이러스가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더 큰 장애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지금까지 정부가 구매계약을 체결한 백신은 총 5,600만명분이다. 이 가운데 공급시기가 확정적인 건 아스트라제네카 94만명분(개별협상 75만명분·코박스 19만명분), 화이자 6만명분(코박스 물량)뿐이다. 나머지 백신에 대해서는 여전히 언제, 얼만큼 들어올지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다. 정 단장 역시 "전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이 굉장히 불확실해지고 있고,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는 곳도 있어 백신 공급시기와 이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털어놨다.

변이 바이러스 문제도 눈여겨봐야 한다. 개발된 백신은 기존 바이러스를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변이에 얼마나 효능을 나타낼 지 알 수 없다. 특히 남아공발 변이의 경우, 대부분의 백신이 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그나마 모더나, 화이자 백신은 남아공 변이에 50% 이상 효과를 내지만 아스트라제네카는 20% 정도로 뚝 떨어진다"며 "변이가 확산되면 백신을 맞아도 재감염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교수도 "이미 5,600만명분 확보했다고 느긋하게 있을 게 아니라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도 미리 구해둘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