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전 대사, 강경화 향해 "비단보다 부드럽고 못 보다 단단"

입력
2021.02.15 15:00
"첫 여성 외교장관으로서 멋진 활약"
강경화-해리스 비슷한 시기에 임기 종료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현직을 떠나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해리스 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대변하면서 국내 정치권 및 여론과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은 관계였기에, 한국 인사를 향한 특별한 평가는 더욱 눈길을 끈다.



해리스 전 대사는 10일 자신의 개인 계정을 통해 8일 이임한 강 전 장관을 향해 "첫 여성 외교장관으로서 멋진 활약을 펼친 강 박사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장관님이 앞으로도 순항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해리스 전 대사는 "강 전 장관은 비단보다 부드럽고 못보다 단단했다"며 "마블의 새 슈퍼히어로 '태극기'의 초능력은 강 전 장관에게서 빌린 거라고 말하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해리스 전 대사가 지난 1월 20일 대사직을 마치면서 롭 랩슨 대사대리에게 넘긴 주한 미국대사 공식 계정을 통해서도 해리스 전 대사는 이미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강 전 장관이 "한미동맹에 충직한 지원군이었으며 전 세계에 한국의 국격을 상승시켰다"면서 "장관님 및 동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했다.

앞서 해리스 전 대사는 2020년 3월 강 전 장관이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을 설명하고 확진자가 줄어도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에 대해 "훌륭한 인터뷰"라며 공유하기도 했다.

해리스 전 대사가 임기 내내 본 유일한 한국 외교장관이 강경화 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중 여러 해외 대사직을 공석으로 남겨 두다가 2018년 7월에야 그를 주한대사로 임명했고, 트럼프가 연임에 실패하면서 강 전 장관과 비슷한 시기에 임기가 끝났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집무 내내 우리나라 정치권과의 관계가 편치 않은 인사로서 그의 전임인 마크 리퍼트와 수시로 비교되는 등 곤욕을 치렀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20대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전 의원, 21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의원 등의 비판을 불렀다. 일부 좌파 민족주의 성향 사회단체들은 해리스 전 대사가 일본계 미국인이고 콧수염을 기른 것이 일본 총독을 연상시킨다며 비난을 가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최근 공개된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인종주의적 공격에 놀랐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2020년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전 대사가 트럼프의 재선 여부에 관계 없이 주한대사를 그만두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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