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는 2019년 '가장 창의적인 기업인 100인'에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선정하면서 "한국의 제프 베이조스"라고 소개했다. 자정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까지 배달되는 '로켓배송'으로 한국인의 삶을 바꿔놨다며 그를 세계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에 빗댄 것이다.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 설 꿈에도 한 발짝 더 다가섰다. 2011년 김 의장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10년 만에 미국 증시(NYSE) 상장을 공식화하면서다. 2013년 약 478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약 13조 3,000억원에 달하기까지, 쿠팡의 성장 배경에는 도전을 겁내지 않는 김 의장의 결단력과 자신감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기업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김 의장은 이때의 경험으로 해외시장의 감각을 조금씩 익혀갔다. 하버드 대학교 재학 시절인 1998년 잡지 '커런트'를 창간했고, 졸업 후 2004년에는 명문대 출신을 타깃으로 한 월간지 '빈티지 미디어 컴퍼니'를 설립해 2009년 매각하며 사업 경험을 쌓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소셜커머스(SNS를 통한 전자상거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2010년 자본금 30억원에 쿠팡을 설립했다.
경쟁사가 늘자 김 의장은 2014년 자체 인력을 활용한 빠른 배송시스템 '로켓배송'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국내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전문 업체에 외주로 맡기는 방식으로 배송 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쿠팡은 물류센터를 확보해 직접 배송하면서 품질을 보장하고 빠른 배송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자 한 것이다.
공격적인 물류 투자로 적자가 이어졌지만, 김 의장은 "계획된 적자"라며 물류를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를 이어갔다. 미국의 아마존도 1994년 창업 후 끊임없이 투자해 8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2002년에야 처음 흑자를 냈다. 아마존은 적자를 보면서도 꾸준히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판매자의 물건을 자사 물류센터에 보관해뒀다가 보관·포장·배송·고객응대 등 전 과정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도입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쿠팡도 물류센터를 확대하고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을 직접 고용하는 등 물류 인프라를 차근히 갖춰나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했다. "고객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손익을 따지기보다 고객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며 마스크 및 생필품 등 직매입한 방역물품의 가격을 높이지 않고 판매한 것이다.
집 밖에 나서기 힘든 고객을 위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도 늘렸다. 수익보다는 믿음직한 유통채널로 이미지 굳히기에 나서 신뢰를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쇼핑 확산으로 매출이 늘면서 쿠팡의 지난해 적자 규모가 2019년 7,205억원보다 약 1,500억원 감소한 것도 고무적이다. 다만 부천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성장 위주의 쿠팡 경영정책의 부작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올해도 쿠팡의 과감한 투자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미 증시 상장으로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수익성 다변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현재 음식배달 서비스 앱 '쿠팡이츠', 핀테크사업 '쿠페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등 신사업을 확대 중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김범석 의장이 평소 '고객이 쿠팡 없이 산다는 것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한다'는 경영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만큼, 쿠팡은 미 증시 상장 후에도 다양한 신사업을 발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