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열흘 정도 남겨두고 정부가 한동안 옥죄었던 방역의 빗장을 슬며시 열어젖힘에 따라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염 위험이 여전한데도 '자율방역'을 내거는 것 자체가 성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326명으로, 이틀 연속 300명대를 기록했다. 하루 1,000명대를 넘나들었던 지난해 말 대비로는 크게 줄었지만, 최근 다시 500명대까지 치솟으며 출렁이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정부는 그러나 15일부터 28일 자정까지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수도권 2.5단계에서 2단계로, 비수도권 2단계에서 1.5단계로 낮추기로 했다. 유흥업소 4만여개의 영업재개도 허용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유지하되 직계가족의 모임은 허용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어쩌지 못한 정부로선 고육지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3차 유행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만큼 코로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①직계가족은 예외적으로 허용? =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는 3차 대유행을 억누른 가장 효과적인 방역 대책으로 꼽힌다. 때문에 직계가족을 예외적으로 허용해준데 대해 부정적 의견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여전히 확진자가 많고 이미 지역사회 전파가 많이 이뤄진 상황"이라며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한 데 모이면 감염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이를 풀어준 건 여러모로 맞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산가족이 됐다'는 불만도 무시할 수 없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브리핑에서 "피로감을 고려해 허용한 만큼 식사보다는 안부를 묻는 단순한 자리로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②문 여는 4만여개 유흥시설 =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일제히 하향조정되면서 유흥시설 약 4만 개소가 15일부터 영업을 재개하는 점도 방역에 큰 부담이다. 오후 10시까지 운영시간이 제한되긴 하지만, 이들 유흥시설은 밀집·밀폐·밀접 등 코로나19 감염에 최적화된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다. 거기다 비말(침방울)이 튀는 춤과 노래 등 행위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확진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③이어지는 영국발 변이의 침투 = 변이 바이러스 위협도 여전하다. 이날 6명의 변이 확진자가 추가돼 국내 변이 확진자는 모두 94명으로 늘었다. 추가된 변이 확진자 가운데 영국 변이 확진자 1명은 공항에서 걸러내지 못한 격리면제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람은 입국 뒤 직장동료와 접촉, 지역사회 전파 우려도 나온다. 변이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염력, 치명률 모두 더 높다. 변이에 의한 4차 대유행 가능성도 여전한 셈이다.
④다시 고개 드는 집단감염 = 다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도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2주(1월24일~2월6일)간 집단감염은 총 61건이다. 교회 등 종교모임이 다수였지만, 코로나19 최후의 보루인 병원에서도 집단감염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정오 기준 △서울순천향대학병원 55명(누적 56명) △한양대병원 3명(누적 101명) △인천 서구 의료기관 관련 10명(누적 11명) 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다 전국적 이동이 있었던 지난 4일간의 설 연휴 여파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한 주(2월7~13일)간 수도권 감염재생산지수는 이미 1.06으로 1을 넘어섰다. 1을 넘으면 확산세라 판단한다.
⑤백신 접종 전 환자 급증 우려 = 백신 접종 전에 환자 발생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26일쯤부터 접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감염위험이 높아지면 백신 접종 과정도 까다로워지고 이 때문에 접종 속도가 떨어지게 된다"며 "백신 접종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방역수칙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