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먀 반(反)쿠데타 시위 여파가 국경을 접한 태국에도 미쳤다. 한동안 뜸했던 반정부ㆍ군부 집회가 재개된 것이다. 태국 시위대는 ‘냄비 두드리기’로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연대를 표하며 군부정권이 퇴진할 때까지 저항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4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중순 이후 대규모 집회를 중단했던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전날 오후 수도 방콕 민주주의 기념탑 등에서 ‘군부 퇴진’과 ‘왕실모독죄 폐지’ 등을 요구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앞서 9일 태국 법원이 아논 남파 등 시위 핵심 지도자 4명(구속)에 대한 보석신청을 불허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시위대는 재개된 집회에서 미얀마 시민들을 향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경찰이 “5명 이상 모임을 금지한 코로나19 비상포고령을 위반했다”면서 강제해산을 시도하자 준비한 냄비와 프라이팬 등을 일제히 두드린 것이다. 미얀마인들은 1일 군부 쿠데타 직후부터 ‘악마(군부)를 쫓는다’는 의미로 자택과 거리 등에서 냄비를 두드리며 불복종ㆍ비폭력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만에 시위가 열렸지만 경찰과 충돌하는 등 저항 수위는 높았다. 시위대가 왕궁 쪽으로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은 왕궁 앞 사남루앙광장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물대포를 배치하는 등 양측이 거센 몸싸움을 벌였다. 집회는 저녁 무렵 끝났지만, 이후에도 경찰은 연막탄을 쏘는 등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됐다.
방콕 경찰 당국은 시위진압 병력 20여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시위대 역시 “경찰이 쏜 연막탄에 맞아 수십명의 시민과 기자 3명이 부상했다”고 맞섰다. 시위를 주도한 파누퐁 자드녹은 “(지도부에 대한) 법원의 보석 결정이 나지 않으면 다음 주말에도 모여 정권 퇴진을 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