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하면서 우울증 치료한다

입력
2021.02.13 17:32


컴퓨터 게임을 즐기면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프로그램(‘행복누리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팀이 우울 증상이 있는 청소년 50명을 절반씩 치료용 컴퓨터 게임(행복누리 프로그램) 참여군과 미참여군으로 나눠 사전ㆍ사후 설문 검사를 하고 우울증상 점수(PHQ-9 척도)를 비교한 결과다.

게임 참여군은 5주 동안 10회(주 2회)에 걸쳐 우울감 극복하기, 친구 사귀는 법, 학습능력 증진 훈련을 할 수 있는 행복누리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우울감이 줄고 주의력ㆍ삶의 질ㆍ자존감이 높아졌으며, 우울 증상 점수도 37%가량 감소했다.

신민섭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걸 꺼리는 청소년이 컴퓨터 기반 치료 프로그램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우울한 청소년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어 이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대면 치료가 어려울 때도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중ㆍ고교생 가운데 25%는 우울감을 경험했으며 34%는 학업 문제ㆍ가족 갈등ㆍ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또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반면 초고속 인터넷과 휴대폰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컴퓨터ㆍ스마트폰 게임을 활용한 인지행동 치료 시스템을 청소년의 우울 증상 완화, 우울장애 예방에 활용할 수 있다.

인지 행동 치료는 △자신과 타인, 세상과 미래에 대한 부정적 생각과 역기능적 신념을 찾아내 합리적이고 대안적인 생각과 신념으로 바꾸도록 돕는 인지 치료 △즐거움을 주는 활동 늘리기, 주간 활동 계획표 등으로 행동 활성화, 적응적인 대처행동과 사회기술 훈련 등 행동 치료로 구성돼 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정서장애 저널(Journal of Affective disorder)’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