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쓰레기 없는 대회, 한국에서 앞장선다면

입력
2021.02.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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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은 가장 시끄러우면서도 가장 깨끗한 대회로 여겨진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 16번 홀에선 갤러리들의 소음이 허용돼 떠들썩한 분위기가 만들어졌음에도, 경기 후엔 철저한 분리수거로 폐기물 배출을 줄이는 ‘반전 관전문화’가 지속되면서다. 이번 대회엔 하루 5,000명 이하의 관중을 제한적으로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실상 첫 유관중 대회로 펼쳐졌는데, 이번에도 쓰레기 배출 최소화 캠페인은 이어졌다.

PGA 투어에 따르면 2012년부터 이 대회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운동을 진행 중이다. 갤러리는 물론 선수들도 대회가 끝난 뒤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고, 자원을 재활용하며, 이를 통해 얻은 기금을 기부해 새로운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에 목표 의식을 둔다. 대회장 곳곳엔 가장 깨끗한 무대임을 뜻하는 해시태그(#greenestshow)를 노출하면서 친환경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는 북중미 최대 폐기물 전문 관리 기업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가 대회 스폰서를 맡으면서 시도된 이벤트지만, 세계 스포츠계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진 시도이기도 하다.

특히 저탄소 사회를 지향하는 국내에서의 실천은 절실하다. 한 경기당 적게는 수천 명, 많게는 수만 명이 모이는 프로스포츠 이벤트가 끝난 뒤 발생하는 쓰레기 규모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재작년 본보 취재결과 한해 스포츠ㆍ레저시설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량은 무려 1만9,201톤(2017년 기준)으로, 매년 야구장에서 2,203톤, 축구장에서 1,342톤의 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K리그 한 경기를 치른 뒤 25명의 청소노동자들이 투입되고, 환경미화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일이 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작년부터 한국프로스포츠협회에서 프로구단들과 뜻을 모아 일회용 컵을 줄이자는 취지 다회용 컵 배포 캠페인을 벌이고, 일부 구단에선 경기장 안팎에 폐기물 분리배출함을 설치하는 움직임이 시작된 점은 희망적이다. 올해 일부 프로스포츠 단체의 경우도 저탄소 정책 추진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경기장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폐기물 발생량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는 결론도 나왔다. 일회용품 사용을 최소화하고, 텀블러 및 다회용 그릇을 지참한다면 경기장 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확 줄어든다. 관중 전체를 대상으로 ‘제로 웨이스트’ 실험이 확대된다면, 더 상징적인 결과도 기대해 볼 만하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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