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승인하면서 의사가 판단해 접종하라는 당국

입력
2021.0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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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일 코로나19 백신으로는 국내 처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을 승인했다. 유럽을 비롯한 50개국에서 이미 긴급 사용 승인이 나 조건부 허가를 받아 접종되고 있는 이 백신은 국내 위탁 생산 물량 75만명분을 공급 받아 26일부터 접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이 조만간 접종 대상 명단을 작성하겠지만 당초 계획대로라면 고위험군에 속하는 요양병원·요양시설 고령층이 해당된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지만 아직 임상 자료가 부족해 65세 이상 고령층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은 65세 미만 접종을 권했고, 스페인은 55세까지 접종으로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 스위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승인을 보류했다. 식약처가 18세 이상 전연령 사용을 허가하면서도 '65세 이상의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단서를 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식약처가 이 주의사항의 의미를 '의사가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백신 접종으로 인한 유익성을 충분히 판단하여 결정하라'고 설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근거가 없어 당국도 판단 못하는데 의사가 누구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알리가 있나. 접종 효과에 대한 책임을 의사에 떠넘기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질병관리청에서 고령층 접종 방안을 추가로 논의하도록 권고한 만큼 당국이 책임지고 방향을 정해 주는 게 맞다. 합의가 어렵다면 대규모 임상 결과가 나오는 3월 말 이후로 접종을 연기하는 것도 방법이다.

백신은 공급 부족으로 각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현재 공급된 백신이 계약 물량의 1%에도 못미친다. 그러다 보니 2차례 접종 간격을 늘려 한 번이라도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맞힌다거나 백신 용량을 줄여 횟수를 늘리자는 제안까지 나온다. 안전성 우려로 홀대했던 러시아, 중국 백신을 다시 보자는 움직임도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전체 인구를 넘어선 물량을 확보했다고 안심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