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9일 국회 인사청문회는 '변명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황 후보자는 '월 생활비 60만원' 등의 논란에 대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면서도, "사실상 문제는 없다"고 적극 해명하는 '투 트랙 전략'을 취했다. 그러나 야당은 "황 후보자가 무리한 해명으로 의혹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질타했다.
황 후보자는 이날 '20대 국회의원 시절 스페인 가족여행을 가느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했다'는 지적에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사과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황 후보자는 억울함도 피력했다. "그때 본회의가 늦게 개의해 참석하지 못한 의원들이 저 말고도 많이 있었다"며 "당시에 솔직하게 SNS에 가족과 스페인에 왔다고 사과문도 올리고 지적도 많이 받았던 일"이라고 부연했다.
황 후보자와 배우자, 딸이 2019년 한 해 동안 720만원(월 60만원)만 사용해 '오병이어'(예수가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5,000명을 먹인 일화)의 기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부적절한 처사였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황 후보자는 "언론에 나온 월 60만원 사용은 일부만 계산된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월세, 교육비, 보험료와 배우자 카드값 등을 합치면 실제 지출은 월 300만원 정도였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의 해명도 석연찮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월 60만원 생활비'는 황 후보자의 2019년 근로소득 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근거로 월세를 제외한 의료비, 교육비 등을 모두 더해 추산한 것인데, 황 후보자의 해명대로라면 숨겨진 소득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배우자의 카드값은 황 후보자의 2019년 연말정산 내역에 아예 빠져 있었다"며 "알 수 없는 소득원이 있는 것은 아닌지까지 의심된다"고 맞받았다.
황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모두 부인했지만,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배우자와 딸의 5년간의 미국 유학 경비를 어떻게 조달했는지 묻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황 후보자는 "당시엔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 상당히 어렵고 힘든 시기였다"면서 "미국에 사는 처형과 동생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딸을 조기 유학 보내기 위해 부인이 '편법 유학'을 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부인했다. 황 후보자는 "딸은 알링턴의 차상위계층 아이들이 다니는 공립학교에 무료로 다녔다"며 "아이를 위해 유학을 보냈으면 그 학교에 다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알링턴은 보스턴 외곽에 있는 아주 잘 사는 지역"이라며 "그런 곳에 '차상위 학생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가 고교평준화를 주장하면서 딸은 자율형사립고에 입학시킨 것을 두고 '내로남불' 지적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딸이 직접 응시해 합격 사실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 반발에도 황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신상 관련 의혹은 대부분 충분히 해소됐다"며 야당과 정반대 평가를 내놓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황 후보자가 야당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임명되는 29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