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8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기호추첨 등을 위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갖고 24일간의 레이스에 본격 돌입했다. 이날 한 자리에 모인 4명의 본경선 후보들은 뼈 있는 발언을 주고 받으며 신경전을 펼쳐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2강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간 기싸움이 눈길을 끌었다. 나 전 의원은 "일반여론조사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를 제외하지 않아 결과가 왜곡될 우려가 많다"면서 일반인 인지도에서 우위에 있다는 오 전 시장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오 전 시장도 "(자유한국당 시절) 강성보수 황교안 대표·나경원 원내대표 투톱의 결과가 21대 총선"이라며 총선 참패의 책임을 나 전 의원에게 돌렸다.
본경선에 10%씩 적용되는 여성 가산점을 두고도 신경전이 이어졌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여성가산점 덕분에 이겼다고 하면 옹색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여성가산점을 포기했으면 좋겠다"고 나 전 의원을 겨냥했다. 조 구청장은 출마 때부터 여성가산점을 포기하자고 제안했으나 나 전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구청장 발언에 나 전 의원은 "후배 여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발끈했다. 여성들의 정치 중용을 위한 차원인데 이를 포기하면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취지였다.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조 구청장은 "(오 전 시장과) 이제 계급장을 떼고 진검승부를 하게 됐다"고 말하면서 승부욕을 내비쳤다. 신경전이 이어지자 나 전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경선이 끝나고 나면 우리가 주장한 좋은 정책들을 공유해 본선승리까지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보간 과열경쟁을 우려한 듯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미디어데이 행사를 앞두고 4명의 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며 "네 사람 중 누구 하나가 되면 그 사람을 전적으로 밀어야 하는데 네거티브 경쟁을 하면 안 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우리 당 서울시장 후보가 결정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의 단일화나 본선거에서나 모두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함께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기호추첨에서는 오신환 전 의원이 1번, 오 전 시장이 2번, 나 전 의원이 3번, 조 구청장이 4번을 배정 받았다. 기호까지 부여 받은 후보들은 설 연휴 직후인 16일과 19일, 23일에 걸쳐 3번의 1대1 스탠딩 토론을 하고, 26일 4인 합동토론회를 갖는다. 다음달 2, 3일 100% 시민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