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관건 '재정 여력'… IMF가 진단한 한국 나랏빚 상황은?

입력
2021.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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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국 국가채무비율, 2025년이면 65%"
코로나 재정 투입은 15위, 금융 정책 규모는 7위

최근 달아오르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공방의 핵심은 재정 여력에 대한 시각 차이다. 정치권이 "재정이 제 역할을 안한다"며 맹공을 퍼부으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을 너무 쉽게 본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모습이 반복된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며,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걸까.

나랏빚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편"

7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5년 40.8%에서 2025년 65.0%까지 24.2%포인트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8번째로 빠른 속도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증가 폭이 큰 나라는 일본(32.7%포인트), 미국(32.3%포인트), 영국(30.1%포인트), 프랑스(27.7%포인트) 등 주로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국가들이다.

한국은 2015년부터 2020년(48.4%)까지 5년간 7.6%포인트 증가해, 선진국 평균(21.2%포인트)보다 증가 폭이 훨씬 덜했다. 이는 2015년부터 2019년(41.9%)까지 국가채무비율이 제자리 수준으로 관리된 영향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간은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25년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보다 16.6%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뉴질랜드(48.0%→66.9%)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부채증가 속도를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홍 부총리도 페이스북에 “국가 재정 여력은 규모와 증가속도, 재정수지 등과 연결된 복합 사안”이라며 “‘너무 건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은 진중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적은 바 있다.


2025년 65%, 높은 수준? "여전히 선진국의 절반"

다만 당장의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건, 2025년에도 여전히 통용될 주장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기준 35개 선진국 평균(125.5%)의 38.6% 수준으로, 전체 국가 중 25위다. 65.0%로 높아지는 2025년에도 여전히 선진국 평균(125.5%)의 절반 수준(51.8%), 전체 35개국 중 19위에 불과하다. “빚을 내서라도 과감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구호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한국의 경제체력에 비춰, 65%가 적정한 수준이냐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유럽연합(EU)이 각 회원국이 지켜야 할 부채 비율로 제시한 수준이 60%인데, 한국의 경우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공공부문 부채와 고령화에 따르는 연금 충당 비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보다는 더 낮은 수준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응 지출 많았나? "선진국보다 적어"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 규모가 적었다. IMF가 최근 발간한 ‘팬데믹에 대응한 재정 정책’을 보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총 560억달러(GDP의 3.4%)를 썼다. 이는 G20 국가 중 15위로, 재정을 가장 많이 쓴 미국(16.7%)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신 대출만기 연장 같은 금융대책을 적극 사용했다. 소상공인 대출을 포함한 유동성 공급은 1,660억달러(GDP의 10.2%)를 투입했는데, 경제 규모와 비교해 G20 국가 중 7번째로 많이 쓴 수준이다. 금융 정책을 가장 많이 쓴 나라는 이탈리아(35.5%), 일본(28.4%), 독일(27.8%) 등이 꼽힌다.

한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1년간 재정과 금융정책을 더해 총 2,220억달러(GDP의 13.6%)를 시장에 풀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미국(4조130억달러), 일본(2조2,100억달러), 독일(1조4,720억달러)와 비교하면 큰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G20 국가들과 비교하면 11번째로 많이 쓴 나라다.

세종 =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