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달아오르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를 둘러싼 공방의 핵심은 재정 여력에 대한 시각 차이다. 정치권이 "재정이 제 역할을 안한다"며 맹공을 퍼부으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재정을 너무 쉽게 본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모습이 반복된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이며, 얼마나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걸까.
7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5년 40.8%에서 2025년 65.0%까지 24.2%포인트나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8번째로 빠른 속도다.
같은 기간 한국보다 증가 폭이 큰 나라는 일본(32.7%포인트), 미국(32.3%포인트), 영국(30.1%포인트), 프랑스(27.7%포인트) 등 주로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국가들이다.
한국은 2015년부터 2020년(48.4%)까지 5년간 7.6%포인트 증가해, 선진국 평균(21.2%포인트)보다 증가 폭이 훨씬 덜했다. 이는 2015년부터 2019년(41.9%)까지 국가채무비율이 제자리 수준으로 관리된 영향이다.
하지만 앞으로 5년간은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25년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보다 16.6%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뉴질랜드(48.0%→66.9%)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부채증가 속도를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홍 부총리도 페이스북에 “국가 재정 여력은 규모와 증가속도, 재정수지 등과 연결된 복합 사안”이라며 “‘너무 건전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은 진중하지 않은 지적”이라고 적은 바 있다.
다만 당장의 국가채무비율이 선진국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건, 2025년에도 여전히 통용될 주장이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기준 35개 선진국 평균(125.5%)의 38.6% 수준으로, 전체 국가 중 25위다. 65.0%로 높아지는 2025년에도 여전히 선진국 평균(125.5%)의 절반 수준(51.8%), 전체 35개국 중 19위에 불과하다. “빚을 내서라도 과감한 확장 재정이 필요하다”는 구호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한국의 경제체력에 비춰, 65%가 적정한 수준이냐를 두고는 의견이 갈린다. 유럽연합(EU)이 각 회원국이 지켜야 할 부채 비율로 제시한 수준이 60%인데, 한국의 경우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 공공부문 부채와 고령화에 따르는 연금 충당 비용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유럽보다는 더 낮은 수준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선진국보다 코로나19 대응 재정지출 규모가 적었다. IMF가 최근 발간한 ‘팬데믹에 대응한 재정 정책’을 보면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해 총 560억달러(GDP의 3.4%)를 썼다. 이는 G20 국가 중 15위로, 재정을 가장 많이 쓴 미국(16.7%)의 5분의 1 수준이다.
대신 대출만기 연장 같은 금융대책을 적극 사용했다. 소상공인 대출을 포함한 유동성 공급은 1,660억달러(GDP의 10.2%)를 투입했는데, 경제 규모와 비교해 G20 국가 중 7번째로 많이 쓴 수준이다. 금융 정책을 가장 많이 쓴 나라는 이탈리아(35.5%), 일본(28.4%), 독일(27.8%) 등이 꼽힌다.
한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1년간 재정과 금융정책을 더해 총 2,220억달러(GDP의 13.6%)를 시장에 풀었다. 코로나19 타격이 컸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던 미국(4조130억달러), 일본(2조2,100억달러), 독일(1조4,720억달러)와 비교하면 큰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G20 국가들과 비교하면 11번째로 많이 쓴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