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본료 1200원" "버스비 70원"…정치인의 대중교통 '잔혹사'

입력
2021.02.07 11:00
"버스요금 얼마?" 쩔쩔 매는 정치인
선거철 서민 행세하다 ‘역풍’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장관 취임 후 첫 출석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집값 상승, 전세대란 같은 부동산 문제가 아니었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변 장관을 향해 불쑥 “택시 기본요금은 얼마인가, 버스는”이라고 물었다. 변 장관은 머뭇거리다 “카드로 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렸고, 본회의장 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이 “카드는 요금을 안 내냐”고 다시 묻자, 변 장관은 “보통 1,200원 정도…”라고 답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서울의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이다. 김 의원은 “교통정책을 담당할 장관이 대중교통 기본요금도 모르고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원조' 정몽준, “버스비, 한 70원 하나?"


사실 택시ㆍ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묻는 질문으로 곤혹을 치른 ‘원조’ 정치인은 정몽준 전 의원이다. 지난 2008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생방송 TV토론에서 공성진 의원은 당시 정 의원을 향해 “서민이 타고 다니는 버스 기본요금이 얼마인가”라고 물었다. 현대가(家) 출신 ‘재벌’ 정 의원의 귀족 이미지를 겨냥한 질문이었다. 이에 정 의원은 “(버스) 한 번 탈 때 한 70원 하나?”라고 답했으나, 당시 요금은 1,000원이었다. 이후 ‘버스비 70원’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녔고, 정 전 의원은 돼지고기 한 근, 배추 한 포기 등 생활물가를 꼼꼼하게 숙지하고 다녔다고 한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후보 경선에 나선 김태호(현 국민의힘 의원) 후보는 당시 토론회에서 서울시내 버스 요금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패스패스”를 외쳤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후보는 “900원”이라고 답했으나, 당시 요금은 1,050원이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 또한 한 방송에서 서울시내 지하철 기본요금을 묻는 질문에 “1,250원인데 교통카드를 찍으면 1,150원”이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하지만 당시 지하철 기본운임(10km 이내)은 선ㆍ후불 교통카드 기준 1,250원이었다. 이에 “자신이 3년 전에 인상한 지하철 요금도 모르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철표 끊는데 2만원 꺼낸 반기문, 교통카드 제대로 못 찍은 이낙연


선거철에 버스, 지하철을 타고 ‘서민 코스프레’를 하다가 역풍을 맞은 경우도 적잖다. 지난 2017년 19대 대선 국면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귀국 당시 공항철도표 발매기 현금 투입구에 1만원권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넣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 반 전 총장은 편의점에서 프랑스 생수를 꺼냈다가 보좌진에 의해 국산 생수로 교체하는 영상이 퍼지는 등 계속 구설수에 휘말리다 정치 데뷔 20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1월 당시 이낙연 전 국무총리(현 민주당 대표)는 설 명절을 맞아 지하철을 타고 자신이 출마한 서울 종로의 전통시장을 방문하려다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반대편인 왼쪽 단말기에 갖다 댔다.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다면 일반 승객들처럼 자연스럽게 오른쪽에 댔을 것이다. 이 전 총리는 결국 주변의 도움을 받아 개찰구 옆 출입구를 통해 동대문역을 빠져 나왔다. 또 이 전 총리는 이로부터 일주일 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는데, 다리를 꼬고 앉아 논란이 됐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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