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부터 3월 31일 사이 산타마리아 밸리에서 2박 숙박하시면 지역 레스토랑과 와인 양조장 등에서 쓸 수 있는 100달러를 드려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마리아 밸리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지역 상권이 무너지자 돈을 풀어서라도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다.
CNN방송은 5일(현지시간)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이 방문객에게 관광비를 지급하기로 했다"며 산타마리아 밸리의 사연을 전했다. 산타마리아 밸리 관광국은 관광비 100달러를 선착순 500명에게 제공한다. 와인과 바비큐는 물론 기타 다른 물품에도 지역 내에서라면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다.
팬데믹 장기화로 봉쇄·해제가 반복되자 관광 의존도가 높은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급기야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관광 진흥책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호주에서도 남호주주(州)가 지난달 초 관광산업 지원을 위해 애들레이드와 노스애들레이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100달러 숙박 바우처와 외곽 숙소에서 쓸 수 있는 50달러 바우처를 홈페이지 신청자에게 제공했다.
특히 포르투갈·크로아티아·에스토니아·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등 관광 수입이 주요 수입원인 유럽 국가 사이에서는 '재택근무족'이 코로나19에 붕괴된 관광업을 되살릴 최고의 선택으로 떠올랐다. 이들 나라는 비자 취득 제한을 완화하거나 재정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재택근무 확산과 함께 늘어난 '디지털 노마드'에 손을 내밀고 있다.
포르투갈은 1일 대표 휴양지 마데이라섬에 '노마드 빌리지'를 열었다.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무료 공동 작업공간을 갖춘 지역 주택가에 재택근무자 최대 100명을 유치하는 사업이다. 시범적으로 6월까지 운영된다.
이미 이들이 바로 입주할 수 있는 40여채의 숙박시설을 준비했다. 방 2개짜리 아파트의 월 임대료가 800유로부터 시작된다. 스페인·포르투갈·폴란드·아일랜드·체코 등의 디지털 노마드족이 이곳에서 살 예정으로, 이들은 최소 1개월 이상 이곳에 체류해야 한다.
마데이라 노마드 빌리지 개장은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정부가 재택근무자 유치 사업에 5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전 세계 여행 명소들이 재택근무자 유인책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영국령 버뮤다가 지난해 8월 선보인 '버뮤다에서 일하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비자 발급비 263달러를 내면 소득세 없이 1년까지 체류할 수 있는 '1년 체류증'을 받아 일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말 하와이가 본토 50개주를 상대로 하와이에서 1개월 이상 체류 시 왕복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해 큰 호응을 얻었다. 50명 선발에 지원자는 5만명이 몰렸다.
인구 유치 차원에서 2018년부터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털사 리모트' 프로그램도 팬데믹 국면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다른 지역의 만 18세 이상 성인이 6개월 이내에 이주 가능하고 최소 1년 동안 털사에 사는 조건으로 이주비 명목의 현금 1만달러(약 1,100만원)를 받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신청자가 2만명이 넘는다.
이 같은 재택근무자 유인 프로그램은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이 길어지면서 일부 대기업이 사무실 근무 대신 영구적으로 재택로 바꾼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디지털 노마드족이 이 같은 '일 관광' 모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은 "재택근무자 유인 프로그램은 일부 관광업 종사자에게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 증가나 주택시장 악화 등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