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문화를 특별하게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시대의 인기 상품을 직접 사서 사용하거나 수집하기도 하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삶의 활력을 찾으려는 이들의 일상을 들여다 봤다.
직장인 윤정아(가명·31)씨는 최근 코바늘 손뜨개의 매력에 푹 빠졌다. 관련 책을 사서 떠보기도 하고, 엄마에게 배우기도 하면서 새로운 취미 생활이 됐다. 구슬뜨기, 사슬뜨기, 3단뜨기 등 손뜨개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가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윤씨가 손뜨개에 눈을 뜬 건 흥미롭게도 영국 추리드라마 때문이다. 평소 고전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던 그는 우연찮게 고전 추리드라마를 접했다.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에서 '아가사 크리스티: 미스 마플'을 접한 것이다.
이 드라마 내용은 단순하다. 수다스럽고 호기심 넘치는 할머니 탐정 마플 여사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정보로 살인사건 등을 해결하는 것인데, 이상하게 윤씨의 관심을 끈 건 드라마 속 영국식 차 문화였다.
이 드라마에서 마플 여사는 주방에서 요리하거나 뜨개질을 하고, 이웃들과 영국 특유의 차 문화를 즐기는 장면이 많다. 특히 시대 배경인 1940~50년대 영국 가정의 다양한 모습을 자세하게 엿볼 수 있다.
그 중 윤씨의 눈을 사로잡은 건 다름아닌 일명 '티팟 보온 덮개'. 이는 차를 담은 도자기 주전자의 보온성을 높이기 위해 씌운 덮개다.
국내에서 '티코지'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직접 만들어 보고 싶었던 윤씨는 결국 코바늘을 손에 들었고, 코바늘 손뜨개의 입문인 '레이스 도일리'라고 하는 찻잔이나 그릇 밑받침 만들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손뜨개가 복잡하고 답답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에 익으면 작업 속도가 붙고 어렵지 않다"며 "한참 손뜨개에 집중하다 보면 잡생각도 사라지는 게 힐링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테일러 오설리번(30)은 올해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바로 미 전역을 드라이브로 횡단하는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미국의 인터넷매체 인사이더는 4일(현지시간) 오설리번의 특별한 여행에 주목했다. 지난해 가을 1966년에 생산된 '콜베어 울트라 밴' 중 하나인 '울트라 캠퍼 밴'을 구입한 오설리번.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이 빈티지 캠핑카를 타고 국내 여행을 시작했다.
이 캠핑카는 시장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모델 중 하나이다. 이 희귀한 차를 소유하게 된 오설리번은 여덟 번째 주인이 됐다. 그는 차에 '울트라 해피 캠퍼 밴'이라는 이름부터 지어줬다.
캠핑카 내부는 1960년대 감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침실과 욕실, 간이주방, 테이블, 회전의자 2개 등 작은 집을 구현한 듯 아기자기한 공간이 펼쳐졌다. 원목 느낌의 적갈색 벽면과 문, 테이블 등은 마치 과거로 여행을 온 듯 눈을 즐겁게 한다.
오설리번은 내부 인테리어를 했지만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애썼다.
오설리번은 "나는 항상 내가 잘못된 시대에 태어났다고 농담했다"면서 "2021년 밀레니엄 세대를 살고 있지만 내면은 1960년대 사람인 듯하다"고 말했다.
오설리번은 울트라 해피 캠퍼 밴을 타고 여행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과도 사귀었다. 1960년대를 향유하던 70, 80대 노년층과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대화의 중심은 다름아닌 차 엔진 등 부속품들이었다. 미리 전문 정비사에게 오일부터 팬 벨트 교체 방법까지 모든 걸 전수 받았던 게 톡톡히 역할을 했다.
이 캠핑카의 이전 소유자는 그에게 "낯선 사람들이 빈티지 차량에 대해 많은 질문을 쏟아낼 것"이라며 경고 아닌 경고를 했다. 오설리번 역시 빈티지 차량에 호기심을 가질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밴에 대해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그는 "70세 남성들과 오래된 엔진에 대해 이토록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면서 "이 빈티지 차량이 소중한 건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그 시대의 모습과 정서 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레트로의 매력을 설명했다.
일본에서 가전 수리 판매업을 하는 마츠 준이치씨는 카세트테이프 '수집광'이다. 무려 20년 동안 카세트테이프를 수집했고 그 갯수만 10만개다. 그는 현재도 카세트테이프 수집을 멈추지 않고 혹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를 견뎌내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 카세트테이프가 조용히 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NHK방송에 따르면 특히 일본에서 생산이 종료된 '메탈 테이프'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격도 껑충 뛰었다. 나고야시(市)의 한 리사이클 가게에서는 메탈 테이프가 개당 1만엔(약 10만원) 이상에 팔리고 있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이 제품을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는데, 바로 그 희소성이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곳의 점장인 오오니시 유우지씨는 "메탈 테이프는 발매 당시 가격이 최소 수백엔 정도였다"면서 "이제 제조업체가 생산을 끝낸 데다 20년 이상 된 제품으로 개봉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건 특히 드물어 희소 가치가 붙었다"고 판매 가격이 높은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든 사람부터 젊은 사람까지 폭넓게 인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카세트테이프는 1966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고, 취급하기 쉬워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1979년 소니(SONY)에서 처음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카세트 '워크맨'이 판매돼 걸으면서 음악을 즐기는 게 유행이 됐을 정도였다.
일본에서 카세트테이프는 1989년에 연간 약 5억개가 팔려나가며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카세트 미니 디스크와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급기야 2001년 메탈 테이프 생산도 중단됐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신주쿠의 타워레코드 매장에는 카세트테이프 전용 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다. 최신 곡을 수록한 100여개의 카세트테이프를 들여놨는데, 이를 구입하는 사람 대부분은 30대 이하 젊은 세대라는 것.
매장 측은 "젊은 사람들은 음악을 다운로드 받는 세대라서, 오히려 카세트테이프를 완전히 새로운 물건으로 여기고 사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카세트테이프의 매력은 무엇일까. 카세트테이프 수집광 마츠씨는 "소리에 입체감이 있다"면서 "디지털 처리된 소리와 달리 연주가 그대로 소리의 신호로서 테이프에 기록되기 때문에 소리의 거칠기나 질감이 그대로 담겼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