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최초 폭로 →연루 판사 탄핵...이탄희의 결자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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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4 19:00
판사직이라고 하는 게 공직인데, 국민에 대한 신뢰를 배신하면 아무리 법원이란 조직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해도 면책되지 않는다. 직을 내놔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꼭 탄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2020년 2월 3일, 민주ON 인터뷰)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사법농단 연루 판사 탄핵’은 소명이었다.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영입 인재 10호로 정치를 시작한 이 의원은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는 질문에 주저 없이 “법관 탄핵”을 말했다. “과거 청산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다.

이 의원은 판사 출신이다. 그는 2017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재직할 당시 ‘법관 사찰’에 반대해 사표를 냈다. 당시 사직서는 반려됐지만, 이 사건은 법원 내 사법농단 의혹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 의원은 양 전 원장이 구속된 이후인 2019년 두 번째 사직서를 제출하고 법복을 벗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 건강 문제로 잠시 휴직했다 복귀했다. 임성근 부장판사가 이달 퇴직한다는 소식을 지난해 말 접한 뒤부터 탄핵 추진에 속도를 냈다. “명예롭게 퇴직한 뒤 변호사로 변신해 전관예우를 누리도록 국회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의원들을 직접 설득했다. 율사 출신 의원들이 이 판사를 도왔다.

이 판사의 '열정'에 힘입어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은 발의 전부터 막강한 동력을 확보했다. 국회 본회의 탄핵안 의결 정족수(300명 중 151명)를 훌쩍 넘는 161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사법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부각되는 데 부담을 느낀 민주당 지도부는 한동안 미온적이었지만, 의원들의 '기세'에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은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판사는 헌법을 위반해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고, 서민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임료의 전관특혜를 누리고, 그러다 좀 잊혀지면 다시 공직사회로 복귀하는 잘못된 악순환을 끊어내야 한다”고 했다. 그의 호소는 헌정 사상 첫 법관 탄핵소추안 가결로 이어졌다. 그는 탄핵안 통과 이후 페이스북에 “지난 한 달 간 국회의원으로서 제게 부여된 헌법상 의무와 제가 정치에 참여하며 스스로 부여한 소명을 이행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이제부터는 헌법재판소의 몫”이라고 썼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