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심 "디비졌다"더니... 野 후보 지지율 합계, 與의 2배 훌쩍

입력
2021.02.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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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ㆍ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합계가 여권 후보들보다 두 배 이상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4일 발표됐다. 지난달 부산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추월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돼 민주당 내에서 “판세가 흔들리고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여전히 ‘야권 강세’ 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野 박형준 28%, 與 김영춘 15%

리얼미터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달 1월 31일~2월 1일 부산 거주 성인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기 부산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전화면접 50%+자동응답 50%)에서는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가 28.0%로 선두를 기록했다. 김영춘 민주당 예비후보는 15.3%로 12.7%포인트 뒤진 2위였다. 박 후보는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김 후보를 앞섰다. 이어 국민의힘 이언주 후보(11.2%), 민주당 변성완 후보(5.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후보 11명을 여야로 구분해보니 야권 후보군이 51.5%, 여권 후보들은 22.7%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2배 이상 격차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정치권에선 ‘부산 판세가 출렁이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달 18~20일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된 리얼미터ㆍYTN 조사에서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이 34.5%로 국민의힘(29.9%)과 오차범위(±3.1%포인트) 내 ‘박빙’을 기록하면서다. 직전 조사(11~13일) 대비 민주당은 9.8%포인트 상승, 국민의힘은 10.8%포인트 하락한 결과였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야권 후보 간 상호 비방전까지 펼쳐지자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이낙연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1일, 29일 부산을 방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민심 공략에 나섰다. 하지만 여권의 ‘총공세’에도 실제 민심 변화는 감지되지 않은 것이다.

“부산 민심, 그렇게 쉽게 안 바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사실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을 추월한 지난달 18~20일 리얼미터ㆍYTN 조사는 부ㆍ울ㆍ경 표본 규모가 200명 안팎에 불과해 일주일 새 지지율이 10%포인트나 출렁거리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컸다”며 “큰 틀에서 부산은 지난해 12월 이후 야권 우위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부산 출신 민주당의 한 의원도 “부산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 등을 겪으며 정권 심판 정서가 여전히 뿌리깊다”며 “여론이 쉽사리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변수는 가덕도 신공항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부산 지역의 밑바닥 정서에서 ‘야권 후보들이 (선거를 다 이긴 듯) 오만하게 굴고 있다’는 불만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며 “만약에 2월 임시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처리되면 실제 선거는 접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