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제물포터널과 서부간선지하도로 개통은 인근 주민에게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잿빛 도시에 삭막함을 더하던 상층부 도로(국회대로ㆍ서부간선도로)가 공원과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주변 아파트 주민과 직장인은 언제든 산책할 수 있고, 길이 갈라놓았던 이웃과 어울릴 수 있게 된다.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주민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2의 연트럴파크’가 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는 4월 제물포터널(양천구 신월IC~영등포구 국회의사당 교차로)이 개통되면 상층부인 기존 국회대로에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 이 공간은 폭 40~55m, 길이 7.6㎞, 면적 11만㎡에 달해,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광화문광장(약 1만9,000㎡)의 거의 6배에 육박한다.
특히 서울시는 상부 공원을 뉴욕의 ‘하이라인’(High Line), 시드니의 ‘굿즈라인’(Goods Line)과 같은 세계적인 선형(線形) 공원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선형 공원은 하천변이나 폐도로 등을 활용해 길게 이어지는 형태의 공원이다.
서울시는 ‘국회대로 상부 공원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인 ‘적구창신(跡舊創新ㆍ오래된 기억과 흔적으로 새로운 미래를 만든다)’을 바탕으로, 공원을 문화와 놀이가 어우러지는 사람과 자연 중심의 ‘천년의 숲’으로 조성하는 설계도 이미 마쳤다.
구체적으로 △평상시에는 나들이와 조깅을 즐길 수 있고, 대규모 공연이나 행사도 가능한 다목적 공간 ‘그레이트 필드(Great Field)’ △아이들이 꽃ㆍ채소ㆍ과일 등을 직접 가꾸고 체험할 수 있는 ‘키즈팜 빌리지(Kids Farm Village)’ △공원 중심에 들어설 수변공간 ‘물의 정원’ 등 9개의 특색있는 공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르면 2023년 하반기부터 완성되는 공간을 순차적으로 부분 개방하고, 2024년 6월까지 전체 공원 조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새로 공원이 들어서면 국회대로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뉘었던 지역주민 간 교류가 활성화되고, 생활권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1968년 우리나라 최초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 일부로 개통한 국회대로는 서울 서부지역의 관문이자 서울과 인천ㆍ경기를 잇는 주요 간선도로 역할을 해왔지만, 지역 간 단절과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오명도 갖고 있다.
오는 9월 서부간선지하도로가 들어서면 상층부인 서부간선도로도 2024년 12월까지 친환경 공간으로 변신한다. 영등포구 양평동(목동교)~금천구 독산동(금천교)까지 왕복 4~6차로, 연장 8.1㎞, 면적 11만9,000㎡의 공간에 녹지와 자전거도로 등이 펼쳐진다.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편의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라, 인근 준공업지역 내 거주 주민들의 삶이 한층 윤택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전용도로인 서부간선도로가 축소되고, 일반도로로 바뀌면서 곳곳에 진출입할 수 있는 교차로가 생긴다. 이에 따라 코 앞에 두고도 접근하기 어려웠던 안양천 수변공간도 주민들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국회대로와 서부간선도로처럼 서울 내 도시기반시설을 선형공원으로 탈바꿈시킨 대표 성공 사례로는 ‘경의선숲길’이 있다. 경의선을 지하화하면서 마포구 연남동 가좌역부터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앞역까지 이어진 6.3㎞ 구간의 폐철길이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한때는 흉물처럼 방치됐던 기찻길이 이제는 녹음이 우거진 시민들의 쉼터로 조성돼 녹지가 부족했던 마포와 용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공원 양 옆에 있는 주거지역은 일명 ‘숲세권’으로 불리는 곳에 속해 주거환경 개선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또 공원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카페나 상점, 주제별 책거리 등 각종 즐길거리가 곳곳에 생기면서 새로운 상권도 형성됐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숲길이 뉴욕의 센트럴파크와 닮아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연남동 구간은 외국인들도 많이 찾아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한제현 서울시 안전총괄실장은 “서남권 국회대로와 서부간선도로가 공원화되면 새로운 지역 명소로 떠올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