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 두고 하림 VS 서울시 '공방'

입력
2021.02.03 19:10


경기침체ㆍ금품 로비 등으로 좌초된 파이시티 사업 대상지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소유주인 하림산업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하림산업은 "서울시가 고의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배치되는 초고층ㆍ초고밀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번 사단이 벌어진 건 해당 부지의 용도 해석을 두고 서울시와 하림산업 간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하림산업은 지난해 서울시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서 해당 지역이 상업지역으로 지정된 점을 들어 용적률 799.9%, 지하 7층(50m), 지상 70층(339m) 규모의 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용적률은 건축물 총면적의 대지면적에 대한 비율이다. 사업자에겐 용적률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용적률의 상한선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국토교통부의 물류단지개발지침에 따라 해당 부지에 허용될 수 있는 최대 용적률을 적용시킨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용적률 800%만 고집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2016년 이곳을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 6곳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하림산업의 개발계획이 서울시 도시계획에 상당히 어긋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 도시기본계획안에서 구분하는 중심지 체계에서 가장 하위인 지구중심지로, 50층 이하, 용적률은 400%까지만 허용된다. 화물터미널 부지를 포함한 양재ㆍ우면 일대 약 300만㎡ 부지를 연구개발(R&D) 혁신거점으로 육성하려는 서울시가 하림의 개발계획에 손을 들어주는 게 오히려 특혜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정화 도시계획국장은 3일 온라인 기자설명회를 열고 “국토부의 도시첨단 물류단지 시범단지에 선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부지엔 용적률 800%를 적용하고, 같은 R&D 혁신거점에 개발 계획을 세우고 있는 연구소·호텔 등 다른 13개 시설엔 용적률 400%를 허용하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하림산업은 이날 ‘서울시 주장의 법률적 문제점’이란 참고자료를 배포, 곧바로 반박했다. 그 근거로 ‘국가계획과 도·시·군 기본계획의 내용이 서로 다를 경우 국가계획이 우선한다’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들었다. 지난해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 등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과 국토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에 선정된 만큼 개발이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에 대한 용적률·높이 등 상세 내용은 정해진 바 없기 때문에 서울시 지침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2016년 시범단지 선정 당시 R&D 거점으로 개발하려는 시 정책 방향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고, 국토부로부터 '서울시의 정책방향과 지역여건 감안하겠다' 는 것을 전제로 하림산업이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국토부 보도자료에는 "화물터미널 부지는 시범단지 선정을 통해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양재ㆍ우면 R&D 특구 육성방안에 '부합'하는 복합개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적혀 있다.

각자의 입장 차이가 확연해 개발은 더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해당 부지를 매입한 하림산업은 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지난달 18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며 강력 대응에 나섰다.

하림산업 관계자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성사업이 적법하고 신속하게 추진되기를 희망한다”며 “국가적인 경제회복 노력에 부응하고 서울시민의 편의와 서울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서울시의 도시계획 방향을 가급적 수용해 빠른 시일 내에 개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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