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능 못하는 아라뱃길, 물류 축소 관광 확대" 공론화위 권고

입력
2021.02.03 14:15
경인아라뱃길 공론화위 환경부에 최종 권고


약 2조7,000억원을 쏟아 부은 경인 아라뱃길이 개통 10년 만에 결국 항만물류 기능을 축소한다. 경인 아라뱃길의 화물운송량은 사업 전 예측량의 10%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보여왔다.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는 2018년 10월부터 29차례에 걸친 공론화 과정을 토대로 작성한 최종 권고문을 2일 환경부에 전달했다.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는 아라뱃길의 항만물류 실적이 미미해 이에 대한 활용 방안을 재검토한다는 취지로 결성됐다.

공론화위가 권고문에서 제시한 방안은 크게 세 가지로 ①물류 축소 ②수질 개선 ③관광 확대다. 공론화위는 우선 화물운송선을 야간에만 운행하도록 하고, 향후 화물운송 실적을 점검해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경인 아라뱃길 사업 추진 당시 정부는 아라뱃길의 주요 기능 중 하나로 화물운송을 꼽았다. 해외에서 들어온 화물선이 아라뱃길을 거쳐 인천항보다 서울(한강)에 더 가까운 김포항에서 하역하면, 인천항의 기능을 분담하며 물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아라뱃길을 다닐 수 있는 화물선은 5,000톤 미만인데다, 인천항에서 김포항까지 거리가 약 18㎞에 불과해 육로수송 비용 절감효과가 크지 않아 유인 효과는 떨어졌다. 아라뱃길 개통 8년차인 2019년 12월까지 누적 화물운송량은 519만톤으로 당초 예측 수치인 6,298만톤의 8.2%에 그쳤다.

그래도 항만물류 기능을 완전 폐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팔당댐 위쪽에 발전소가 많은데, 여기서 필요한 터빈 등 육상으로는 운반이 어려운 물자를 옮기는 순기능도 있다"며 "야간 운행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고문은 항만물류는 축소하는 대신 아라뱃길 주변의 관광 자원은 활성화하라고 조언했다. 김포 컨테이너 부두는 환경박물관, 숙박시설을 만들고 김포·인천 여객터미널은 환경해양 체험관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담겼다. 무동력선 같은 친수시설 설치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현재 4, 5등급 수준에 머무르는 수질을 3등급으로, 중장기적으로는 2등급 수준으로 개선하라고 전했다.

반면 경인 아라뱃길의 홍수 조절 능력은 확인됐다. 2012년 5월 개통 이후, 과거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던 굴포천 일대 홍수 피해가 사라졌다. 굴포천에 고무로 만든 '보'를 설치해 홍수 때 굴포천의 물이 아라뱃길로 흘러가게 만들어서다. 이런 방법으로 홍수 위기에 처했던 굴포천의 수위가 2012년 이래 58차례 낮아졌다고 환경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시범사업 격으로 경인 아라뱃길의 첫 삽을 떴다. 상습 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 피해를 경감하고 수송 체계 개선을 통해 인천항의 기능을 분담한다는 목적으로, 사업 기간인 2009~2015년(아라뱃길 개통은 2012년) 동안 총 2조6,759억원을 투입했다.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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